[세계의 눈/스인훙]中-日‘파트너 규범’ 만들라

  • 입력 2006년 12월 15일 02시 58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0월 8일 중국을 방문하면서 최근 몇 년간 긴장 일로를 걸어온 중-일 관계에 해빙이 시작됐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표현을 빌리면 “양국 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중국과 일본은 이제 양국의 기본관계를 규정한 ‘72년 체제’를 수정해 쌍방의 핵심적 이익과 민족감정, 국가의 포부를 협의 조정해야 한다.

중-일 양국이 1972년 국교를 정상화한 이래 30여 년이 지났다. 그동안 양국 관계는 ‘72년 체제’에 의해 이뤄져 왔다. ‘72년 체제’는 1972년 9월 ‘중-일 연합성명’과 이를 법률로 뒷받침한 1978년 8월의 ‘중-일 화평우호조약’으로 이루어진다.

‘72년 체제’의 핵심 내용은 역사와 대만 문제에 대한 규정이다. 일본이 1930, 40년대 중국을 향해 일으킨 전쟁은 용납할 수 없는 침략전쟁이라는 것과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으로 중국의 주권 아래에 있다는 것이다.

당시 이런 체제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국제정치 역학관계 때문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미의 돌출적인 접근이었다. 1970년대 초 헨리 키신저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담당 보좌관이 중국을 비밀리에 방문하면서 중-미 사이에 급격한 상황 변화가 일어났다. 당시 구(舊)소련의 패권주의를 견제하자는 중-일 양국의 전략적인 의도도 함께 작용했다.

중-미의 급격한 변화가 일본을 자극하면서 형성된 ‘72년 체제’는 중국에 훨씬 유리했다. 이 때문에 ‘72년 체제’는 강화되거나 공고화되지 못했다. 오히려 최근 3년 새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에 의해 심한 타격을 입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소련의 급격한 붕괴에 따라 중-일 양국이 당초 갖고 있던 전략적 공동 이익을 상실했고, 중국이 우뚝 일어서고 일본이 우익화로 치달으면서 양국의 상호 전략적 목적이 어긋났기 때문이다.

일본으로선 ‘72년 체제’를 준수할 이유가 그다지 없어 보인다. 심지어 이를 준수하는 게 일본의 이익을 해치는 것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따라서 ‘72년 체제’를 그대로 끌고 가기는 어렵다. 일본의 기본적 염원과 1972년 이후 양국의 기본 환경이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중-일 관계가 어떤 식으로 새로 만들어진다 해도 역사와 대만 문제의 규정은 계승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은 근본적으로 어떤 새로운 체제나 관계도 받아들일 수 없다.

새로운 체제에는 현재 규정하고 있는 역사와 대만 문제 외에도 아래의 4가지가 추가돼야 한다고 본다.

첫째, 중-일 양국이 상호 대립하는 운동에너지를 억제, 완화하고 위기를 관리하며 상호 신뢰할 수 있는 규범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중-일 경제가 상호 의존하는 생산체제로 갈 수 있도록 건설적이고 효과적인 정치 및 전략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동아시아나 이와 비슷한 지역의 다자 간 협력 규범을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

넷째, 동아시아의 안전 문제다. 양국의 군사력과 미일 군사동맹의 특성 및 중국과의 관계, 중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일본의 군사 권리의 정도와 범위, 북한 핵 및 핵 확산 방지 문제를 논의해 관련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

이 중 네 번째가 가장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이는 중장기적인 중-일의 미래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다. 또 일본이 이웃 나라와 평화롭고 정상적인 관계를 가진 ‘보통 국가’가 되고자 하는 염원을 이룰 수 있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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