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스포츠 사진 보도에서 나타나는 문제점과 인권 침해 요소부터 살펴보지요.
▽윤영철 위원=여성 골퍼 미셸 위 선수의 경우 사진을 빠뜨리지 않는 데다 기사에서도 ‘군살 하나 없는’ 식의 표현을 자주 보게 됩니다.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해도 언론 보도의 초점이 되는데 더 나은 성적을 올리고도 스폰서조차 찾지 못하는 골퍼도 많습니다. 읽는 신문에서 보는 신문으로 바뀌는 추세를 반영해 독자의 시선을 끌어 보려는 전략의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고급지를 지향한다면 저급 황색지들이 초점을 맞추는 행태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차별화된 사진의 게재와 충실한 기사 보도를 통해 선수와 경기에 대한 정보를 풍부하게 전달하는 것이 바른 방향입니다.
▽김일수 위원장=스포츠신문이 여성 선수에 접근하는 시각은 선정주의 상업주의 외모지상주의의 전형입니다. 자극적인 눈요기 사진을 제공하면서 기사는 언어적 은유에 머무는 모습을 보면 마치 천일야화(千一夜話) 식의 몽환적 분위기를 담아 내려는 편집 방침을 갖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스포츠의 기능이나 기록에 초점을 맞춰야 할 기사에서 ‘은반의 요정’ ‘뇌쇄적’ ‘매혹적’ 등의 표현을 사용하고 사진에 담긴 선정성을 더해 독자의 황색지 지향성에 부응하는 관점을 보이고 있거든요. 사진을 전면에 가득 배치하고 제목만 부각할 뿐 기사는 찾아볼 수 없는 지면도 자주 눈에 뜨입니다.
―사진 아닌 기사는 어떤가요.
▽최 위원=금메달을 따 낸 주부 선수들을 ‘가정을 버리고’ 식의 뉘앙스로 표현한 보도를 보고 기분이 상했습니다. 직장 여성의 마음을 건드리는 이런 표현은 ‘간접 살인’ 행위나 마찬가지입니다. 독자에게도 유쾌하지 않고 선수 본인에게도 상처가 될 뿐입니다. 무엇보다도 ‘독자를 함부로 보지 않겠다’는 양식이 중요합니다.
―여성 스포츠 사진 보도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이 위원=기능과 기록을 다투는 스포츠의 특성을 충실하게 뒷받침하도록 기사를 쓰고 사진을 싣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남성적 시각에 머무르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나 보편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사실을 전달하는 사진 보도가 바람직합니다. 사진의 크기나 배열을 조절함으로써 불순한 의도가 개입할 여지를 차단해야 합니다. 편집 과정에서 선별하고 검증하는 장치가 요구됩니다.
▽최 위원=기사가 없고 사진만 있는 보도는 원칙적으로 순수성을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기사에 사진을 함께 싣는다면 사진은 마땅히 스포츠의 내용을 보완하고 강화하는 상승효과를 목표로 한다는 인식을 지녀야 합니다. 리듬체조의 경우 고난도의 기술이라는 점을 도외시한 채 사진만 눈요기로 적당히 배치하면 곤란하지요. 고난도에 대한 설명이 사진에 담겨야 바람직한 보도입니다.
▽윤 위원=스포츠 현장은 아직도 남성 기자가 주류를 이루지만 점차 여성 기자가 늘어나는 추세도 엿보입니다. 이제 편집 라인에도 여성이 진출해야 합니다. 남성적 시각으로 기사와 사진을 고르는 단계를 넘어서도록 여성 기자와 간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정리=김종하 기자 1101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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