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국정 최고책임자부터 “먹고살기 힘들다”는 민성(民聲)에 귀 막은 채 정쟁(政爭)의 새 막을 열고, 정치권은 차기를 겨냥한 권력게임에 빠져 진흙탕 벌거숭이 싸움을 가열시키고 있다. 나라와 정치권 전체가 ‘말 폭탄’이 난무하는 전장(戰場)이다.
이런 모습만도 국민의 개탄과 우려를 증폭시키는 판에 대통령의 일방적 안보관(觀)은 국민이 자구(自救)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그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연설에서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한국으로 날아오지 않는 것이 명백한데 새벽에 비상 걸고, ‘국민 여러분 라면 사십시오’ 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0.1%의 가능성에도 대비하는 모습으로 국민을 안심시키라는 것이지, ‘라면 사라’며 민심을 불안하게 하라고 누가 대통령에게 주문하기라도 했단 말인지 어처구니가 없다.
대통령은 전시작전통제권에 대해서도 “민간시설에 폭격할 것인지도 (한국이) 마음대로 결정 못하면서 북한에 무슨 할 말이 있느냐”고 했다. 현재의 전시작통권 한미 공유체제에서도 미국이 일방적으로 북을 폭격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말인가. 또 대통령은 “6·25가 남침인지 북침인지 모르는 사람을 장관으로 임명하겠느냐”고 했지만 “6·25가 남침이냐”는 질문에 “말하기 어렵다”고 답한 사람이 지금의 통일부 장관이다.
대통령은 “(남자들을) 군대에 가 썩히지 말고 일찍 장가가게 해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한 ‘신성한 병역의무’를 ‘사람 썩는 일’이라고 표현하는 군(軍)통수권자를 우리 장병들은 어떻게 볼 것인가. 대통령은 병역의무 자체를 부정하고 싶은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대통령의 발언에 이어 청와대는 어제 군 복무기간 단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안보 상황과 병력 수급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내놓은 ‘선거 겨냥용’이라는 의혹이 짙다.
이제는 국민이 안보에 대한 공감대 마련에 스스로 나서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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