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총장은 그제 서해 상공에서 실시된 요격훈련에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을 직접 몰고 참가해 가상 적군 역할을 했다. 공군참모총장이 시찰 등을 위해 직접 전투기를 모는 ‘지휘 비행’ 사례는 더러 있었지만 전투훈련 참가는 드물다. 레이더 기지인 중앙방공통제소(MCRC)의 긴급요격 지시를 받은 아군기가 추적 14분 만에 김 총장이 탄 ‘적기(敵機)’에 미사일 공격을 하는 것으로 ‘상황’은 끝났다. 이어 그의 목소리가 아군기인 KF-16 전투기에 울렸다. “수고 많았다. 마음 든든하다.”
▷영공 방위엔 한순간도 한눈을 팔 수 없다. 북한은 공군 전투력의 40% 이상을 휴전선 인근에 배치해 놓았다. 기습공격을 자행한다면 서울은 5분 이내에 쑥밭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북한 전투기 2대가 뜨면 우리 공군도 2대를 맞띄우는 식의 긴급발진(스크램블·scramble)이 흔히 있다. 마치 배구경기에서 예상되는 상대의 공격 방향을 먼저 봉쇄하는 블로킹과 비슷하다.
▷우리 공군력은 북한보다 5%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속도전(速度戰)이 벌어지면 공중은 육지나 바다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취약하다. 특히 한미연합사 해체 및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후 가장 먼저 철수할 것으로 전망되는 미군 병력은 공군이다. 미국이 유사 시 증원한다는 69만 명의 중심 전력이 공군이긴 해도 약속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빨간 마후라’ 김 총장을 보며 든든하다가도 생각이 착잡해진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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