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첨단 IT산업 클러스터 실리콘밸리는 1950년대 초 스탠퍼드대가 캠퍼스 안의 땅을 기업에 제공하면서 시작됐다. 미 정부의 집중적인 과학기술 투자에 부응해 대학 재정 문제와 산학협동 과제를 동반 해결한다는 계획이 들어맞은 것이다. 5년에 한 번씩은 ‘실리콘밸리는 죽었다’ 식의 보도가 나오고 2000년 IT 버블 붕괴 때 실제로 잠시 주춤하기도 했다. 그래도 그 넓은 미국 대륙에서 두뇌와 기업, 자본이 지금도 실리콘밸리로 몰려든다. 그것도 자발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은 그제 수도권 내 공장 증설 불허 방침을 밝히면서 “세계도 끊임없이 분산정책을 추진한다”고 했다. ‘20분 법칙’에 대입해 보면 분산정책은 성공할 수가 없는 정책이다. 2004년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해외 사례를 발표했던 남기범 서울시립대 교수도 “최근 세계는 분산정책을 펴지 않는 추세”라고 했다. 그렇다면 잘못된 정보가 대통령에게 어떻게 입력된 걸까.
▷이탈리아 정부가 1980년대부터 추진했던 롬바르디 바이오 클러스터는 투자에 비해 가장 효율성이 떨어지는 실패 사례다. 북유럽 몇몇 지방정부가 클러스터 조성에 힘쓰고 있지만 중앙정부가 해라 마라 하는 일은 거의 없다. 기업의 합리적 선택에 의해 클러스터가 움트면 규제 완화 등으로 지원할 뿐이다. 수도권 공장 증설이 막히면 새 공장은 엉뚱한 혁신도시가 아니라 ‘20분 법칙’이 통하는 다른 나라에서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지방 균형발전만이 살 길이라고 믿는 이념형 ‘혁신정부’가 전국 균형 쇠퇴를 낳을까 봐 걱정된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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