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칼럼/김순덕]이런 부동산대책 백번 내놓은들…

  • 입력 2007년 1월 12일 13시 52분


정부가 11일 또 새로운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 아파트로 확대한다는 내용입니다.

현 정부 들어 서른 번도 넘는, 그래서 숫자를 헤아리기도 어려운 정책이지만 얼마 안 있다 또 다른 대책이 나올 것을 각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대책도 실효를 거두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정부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라는, 가장 기초적인 경제 상식에 어긋난 정책만 내놓고 있습니다.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을 잡겠다'는 각오 아래 비장의 강수를 잇달아 터뜨렸지만 부동산 시장에선 잡을 집값이 오히려 폭등하거나, 그대로 있기를 바랐던 집값은 거꾸로 폭락하고 말았습니다.

[3분 논평]이런 부동산대책 백번 내놓은들…

수요가 많으면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경제 원칙에 맞는 정책을 고의로 외면한 까닭입니다.

이번에 나온 대책은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원가 공개와 가격 통제는 시장경제 원리를 송두리째 무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모든 경제주체는 이윤을 추구합니다. 아파트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면 앞으로 교통요금이나 수도요금을 올릴 때도 원가를 공개해야 마땅합니다.

또 그 원가에 어느 정도 이윤을 붙여야 정당한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분양가 상한제라는 가격 통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가격 통제는 4000년 전 고대 함무라비 법전에도 등장했던 유서 깊은 강제력이지만, 동서고금의 역사상 성공한 전례가 없습니다.

오히려 물량이 부족해지고, 품질이 떨어지고, 암시장이 성행하는 역효과를 가져왔습니다.

프랑스 혁명 때는 혁명주체세력이 빵 값을 통제했지만 되레 값이 올라서 혁명지도자가 단두대에 목이 잘렸을 정도입니다.

원가 공개와 상한가 도입이 새 아파트 값을 일시적, 단기적으로는 낮출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한 해 공급되는 새 아파트는 기존 주택시장의 3%에 불과합니다. 전체 집값을 끌어내릴 수는 없다는 얘기입니다.

더구나 분양가와 시세와의 차익은 채권입찰제로 흡수됩니다. 실제로 지불해야 하는 돈은 별 차이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벌써 업계에서는 정부 시책에 따르느니 아예 주택사업을 접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중장기적으로는 민간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어서 되레 값이 오를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결국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형국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번 부동산대책은 그나마 시장 원리에 따라 정책을 펴려던 정부가 청와대의 '코드'와 여당의 '정치 논리'에 백기를 들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부동산 뿐 아니라 앞으로 전개될 여러 가지 상황도 결국 이렇게 될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경제는 시장원리에 맡기되 정부는 시장이 잘 돌아가게 지원하는 것으로 코드를 바꾸지 않는 한, 부동산문제에 대해 마음을 놓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3분 논평]이런 부동산대책 백번 내놓은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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