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골드미스

  • 입력 2007년 1월 12일 19시 16분


“스핑크스의 수수께끼 같아. 멋진 미혼녀는 이렇게 많은데 왜 멋진 미혼남은 하나도 없는 거지?” 미국 뉴욕의 30대 독신 여성 4명의 삶과 사랑을 다룬 TV 시트콤 ‘섹스 앤드 더 시티’ 첫 회에서 주인공 캐리가 한 말이다. 요즘은 혼기(婚期)가 늦어지는 추세지만 동서양을 통틀어 서른 넘은 미스가 괜찮은 미혼남을 만나기란 이렇게 어려운가 보다. “서른셋 넘은 여자가 좋은 남자를 만날 확률은 외계인에게 납치될 확률보다 낮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여자는 최대한 빨리 결혼해야 하고 남자는 최대한 미뤄야 한다”고 말한 것은 버나드 쇼였다. 모든 남녀에게 통용되는 금언은 아니겠지만 아무튼 ‘올드미스’란 용어에는 편견과 비하의 심리가 묻어 있다. 개봉 당시 여성 관객이 열광했고, 평단의 반응도 좋았던 영화 ‘올드미스 다이어리’에서 주인공은 절규한다. “난 누구한테도 함부로 해본 적 없어. 근데 왜 다들 나한테 함부로 해. 왜 나를 독하게 만들어? 왜 예의를 안 지켜?” 올드미스는 이래저래 서럽다.

▷세상이 변했는지, 여자가 변했는지 올드미스를 대체하는 ‘골드미스(gold Miss)’가 등장했다. 탄탄한 직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자기계발에 투자하고 독신생활을 즐기는 30대 여성을 지칭하는 신조어다. 골드미스의 범주에 들려면 ‘대졸 이상의 학력, 전문직 종사자, 연봉 4000만∼5000만 원, 아파트 또는 개인자산 8000만 원 이상, 취미는 골프나 해외여행’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나. 그러니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골드미스는 낮에는 당당한 사회인으로, 밤에는 고급문화와 소비의 주체로 사회적 변화와 유행을 선도한다. 주말 브런치(아침 겸 점심) 식당의 급증, 뮤지컬 열풍, 명품 및 도서 판매량 증가, 해외여행과 성형수술 붐 뒤에 이들이 있다. 이 거대한 싱글집단은 출산율 감소의 원인이기도 하다. 이들은 “꼭 결혼할 필요가 있나”라고 하지만 진정한 속마음을 다 읽기는 어렵다. 비자발적 독신도 적지 않을 터이다. 골드미스가 찾을 법한 ‘플래티넘 미혼남’이 어디 그리 넉넉히 있겠나.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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