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파워커플

  • 입력 2007년 1월 16일 19시 45분


“세상에서 내 맘대로 되지 않는 두 가지가 있다면 비즈니스와 사랑이다.” 미국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말이다. 부동산 투자로 큰돈을 벌었으나 한때 실패의 쓴맛을 보기도 했던 이 풍운아는 세 번 결혼했다. 세 아내 모두 공교롭게도 유명한 모델 출신. 아내가 늙어갈 즈음이면 그는 새 아내를 얻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를 ‘트로피 아내’를 얻은 대표적 인물로 친다. 트로피 아내란 남자가 성공의 부상(副賞)으로 얻은 트로피처럼 젊고 아름다운 아내를 말한다.

▷성공한 남편과 아리따운 전업주부 아내는 오랫동안 완벽한 결혼의 상징이었다. 서구 사회에서도 아내가 일하러 나간다는 것은 남편의 돈벌이와 사회적 성취가 그만큼 시원찮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사회적 통념도 바뀌고 있는 듯하다. 최근엔 성공한 남성들이 집에서 자녀를 돌보는 전업주부보다 고소득 전문직 여성을 아내로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이런 부부를 ‘파워커플’로 명명했다. 이들의 등장에는 여성 취업률 증가, 남녀 임금 격차 해소, 육아 환경의 개선, 여성의 성공을 바라보는 남성의 인식 변화가 깔려 있다. 대표적인 파워커플로는 빌 클린턴-힐러리, 토니 블레어-셰리 부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연예인끼리 또는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가 결합한 마이클 더글러스-캐서린 제타 존스, 데이비드 베컴-빅토리아 부부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릇과 여자는 밖으로 내돌리면 금이 간다’고 했던가. 하지만 파워커플 추세는 한국에서도 보편화되는 듯한 양상이다. 한 대학 신문의 조사에 따르면 ‘결혼 후에도 직장생활을 하겠다’는 여학생이 98.5%, ‘아내의 직업이 있어야 한다’고 응답한 남학생이 89.4%나 됐다고 한다. 아내의 직장생활을 강요하는 남편과 직장을 그만두려는 아내의 싸움이 이혼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현모양처’가 꿈이고 ‘신부수업’만 한다는 여성은 맞선 보는 자리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파워커플까지는 아니더라도 오로지 결혼하기 위해서 여자가 취직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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