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택]오바머 ‘검은 돌풍’

  • 입력 2007년 1월 18일 19시 41분


2004년 7월 27일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시내 플리트센터.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둘째 날의 주인공은 버락 오바머(현재 46세) 상원의원 후보였다. 그해 11월 미 역사상 5번째의 흑인 상원의원으로 선출된 그는 전국무대에 데뷔한 이날 연설로 ‘스타탄생’을 예고했다. 이라크전과 인종갈등으로 분열돼 ‘미합중국(USA)’이 아니라 ‘분열된 미국(DSA)’이란 말이 나오던 때에 ‘하나의 미국’을 주제로 한 그의 연설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을 보여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 정가에 ‘검은 돌풍’을 일으키며 급성장한 오바머 의원이 16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2008년 대선 출마를 사실상 선언했다. 케냐 출신의 흑인 아버지와 미국 출신의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두 살 때 부모의 이혼으로 조부모 품에서 자랐다. 컬럼비아대 출신인 그는 시카고에서 지역 활동가로 일하다 하버드대 법대를 졸업하고 시카고로 돌아가 민권변호사와 대학교수로 활동하며 꿈을 키웠다.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을 거쳐 연방 상원의원으로 승승장구했다.

▷상원의원으로 2년 동안 활동한 오바머 의원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특별한 업적이 없고 콘텐츠도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의 유력 대통령 후보로 지목돼 온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비슷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미 언론은 그의 흑백 통합 이미지와 40대의 신선함, 매력적인 외모와 뛰어난 연설 능력 등을 인기 요인으로 꼽고 있다. 민주당 후보 경선은 흑백 대결과 남녀 대결로 상당한 흥행 요인을 확보한 셈이다.

▷와스프(앵글로색슨계 백인 개신교도)가 지배해 온 미국은 흑인 대통령을 맞을 준비가 돼 있을까. 뉴스위크의 지난해 말 여론조사에서 56%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지지 정당의 흑인 후보에 대한 지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무려 93%가 ‘예스’라고 답했다. 그러나 오바머 의원은 언론의 철저한 검증과 천문학적인 정치자금 확보, 백인 유권자들의 거부감 등 숱한 난관을 통과해야 본선 진출이 가능하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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