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자들이나 개국시조들에게는 초자연성을 부여하기 위한 탄생 설화가 있게 마련인데, 이 이야기는 보통 사람 이야기로서, 어린 아이에게 너는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고 하는 것에 비하면 사람의 품격을 대단히 높여 놓고 있다. 인간의 전생(前生)과 그 탄생에 성성(聖性)을 부여하고 있으니까.
하늘이 가르쳐 준 것을 비밀로 (즉 깊이) 간직하라고 했다니까 말인데, 힌두교에는 진리를 제자들에게 이야기해 줄 때 듣는 사람의 귀에 대고 그야말로 크나큰 비밀처럼 소리 없이 속삭이는 법도가 있었다고 한다. 참으로 옳은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귀에 대고 거의 숨결로 속삭이는 까닭은 우선 그 진리가 소중해서 그럴는지 모르는데, 큰 소리로 말하면 진리가 바깥으로 흩어져 달아나 버릴는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진리는 말이 아니라 숨결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그렇다면 진리의 숨결을 귓속에 고스란히 부어 넣는다는 의도일 수도 있다. 또 진리라는 것은 그것을 아는 사람끼리 주고받는 것이라는 뜻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로서는 그것이 진리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큰 소리로 말하지 못하고 삼가면서 귀에 대고 속삭이는 염치를 보인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이 제일 강하게 든다!
무엇을 하는 사람이든, 광신적인 태도의 이루 말할 수 없는 폐해를 상기하면서, 큰 목소리나 큰소리치기를 수상쩍게 여기는 이유다.
▼알립니다▼
이 코너는 다음 주부터 한국의 대표적 지성이자 문학평론가인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가 집필합니다. 작년 11월 18일부터 이 코너를 연재해 온 정현종 시인은 재충전을 위해 집필을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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