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박선기]날씨 예측이 정확하지 못한 이유

  • 입력 2007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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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의 잦은 오보에 많은 국민이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성능이 좋은 슈퍼컴퓨터까지 보유하고도 왜 정확한 예보를 못하느냐고 탓한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날씨는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최근까지도 100% 정확한 날씨 예측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예로부터 날씨에 의한 재해는 신의 뜻으로 인식돼 왔다. 날씨 예측의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하는 날씨 예측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수치 예보는 날씨 예측에 관련된 최첨단 기술로 대기의 상태와 운동을 나타내는 여러 변수에 대한 방정식을 컴퓨터로 풀어서 변수의 미래 값을 얻는 작업을 말한다. 이를 위해 지구 대기를 무수히 많은 격자점으로 나눠 변수들이 주어진 시간 간격마다 격자점에서 계산되게끔 하는 수치모형이라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이 소프트웨어에는 대기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물리 과정이 모두 포함되는데 이의 성능은 실제 대기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얼마나 잘 나타내는가와 예측하고자 하는 기상 현상을 잡아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상세한 분해 능력을 갖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동아시아 지역의 수치모형을 구동하기 위해서는 관측 자료에서 얻어지는 초기 조건과 더 큰 영역의 수치모형 결과에서 얻어지는 경계 조건이 필요하다.

수치 예보가 현업에 적용된 이래 지난 50여 년 동안 예보관에 의한 예보 정확도는 수치 예보의 정확도와 비슷한 경향을 보이면서도 약간 높은 수준의 정확도를 유지했다. 예보관이 예보를 생산하는 데는 수치 예보 결과가 매우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결국 수치 예보의 정확도가 바로 예보의 정확도에 직결되며 기상 선진국의 척도가 된다.

날씨 예측은 근본적으로 불확실성을 내포한다. 대기의 운동 및 물리 과정, 그들의 시간적인 변화 과정이 본질적으로 카오스이기 때문이다. 카오스란 비슷한 초기 조건에서 출발한 두 상태의 변화가 시간이 갈수록 큰 차이를 보이는 비선형계의 역학을 의미한다. 아무리 참값에 가까운 초기 조건을 만들어 내도 초기의 아주 작은 오차는 시간이 갈수록 엄청나게 큰 오차로 증폭된다.

최첨단 기술인 수치 예보조차 위에서 언급한 많은 오차를 포함하기에 100% 정확한 예측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수치모형의 성능을 높이고 관측망을 확충하고 관측 자료의 질을 높인다면 정확도는 향상될 수 있다. 슈퍼컴퓨터는 방대한 자료 처리와 수치모형의 계산을 짧은 시간 내에 처리하는 하드웨어일 뿐이지 예보의 정확도와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

한국을 덮고 있는 산악은 국지적으로 재해 기상을 유발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바다에서 습기를 머금은 공기는 산을 만나 상승하면서 지형 효과에 의해 국지적인 호우 및 폭설을 유발한다. 공간적 규모가 작은 편이라 현재 기상청이 운영하는 수치모형의 격자망으로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 기상청의 예보 능력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특수한 지형적 조건으로 인해 국지적인 재해기상 예보가 힘들며 정확도가 떨어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예보관의 예보기술 함양과 더불어 고분해 능력의 격자체계와 정교한 물리 과정을 포함하는 국지재해기상 전용 수치모형의 운영, 경계 조건을 제공하는 지역 또는 전 지구 모형의 성능 향상, 양질의 자료를 얻을 수 있는 관측망의 확충이 필수적이다. 국민도 기상청의 오보를 탓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날씨 예측과 관련된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박선기 기상예측기술센터 소장 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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