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재직 때 ‘잘나가는’ 검사였던 이 신임 회장은 건강 때문에 검사장 승진을 포기한 채 성남지청장을 끝으로 변호사로 변신했다. 그로서는 검찰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재야에서 이룰 수 있는 기회를 맞은 셈이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대한변협 대의원 총회에서 대의원 206명 중 159표를 얻어 임기 2년의 변협 회장에 당선됐다.
―최근 비리 변호사 3명이 등록 취소되는 등 변호사 윤리가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이나 외국의 변호사 윤리규정을 보면 두꺼운 책 한 권이 될 정도로 상세하고 구체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추상적으로 돼 있다. 윤리규정만큼은 국민이 신뢰할 수 있게 바람직한 개정 검토가 필요하다. 그러나 비리 변호사가 발을 못 붙이게 하는 것 못지않게 한순간의 실수로 한 법조인이 근거 없는 여론에 밀려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당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강조하는 ‘공판 중심주의’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적극 지지한다. 오히려 변호사들이 더 바라는 것이다. 공판중심주의 하면 법원이 힘이 세지고 법관이 다 알아서 하는 걸로 아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변호사가 검사와 동등한 처지에서 공정하게 재판 진행에 임할 수 있다. 변호사가 수사단계에서부터 적극 참여해 자료를 검토하고 공방을 벌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변호사의 수임료 체계도 시간당 수가를 계산하는 식으로 달라져야 할 필요가 있다.”
―대한변협과 이 대법원장의 관계가 껄끄러운데….
“협회장에 취임했으니 곧 대법원장을 만나 화합하고 상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법원과 검찰 내 일부에서는 ‘변호사가 언제부터 법조 3륜이었느냐’는 식의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법조 3륜의 중심은 변호사라고 생각한다. 이에 걸맞게 사법권 독립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법률가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
“사소하지만 국민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국민의 ‘생활인권’을 향상시키고 싶다. 군사독재 정권에 의해 저질러진 그런 인권 침해가 아니라 법을 몰라 당할 수밖에 없는 피해나 손해 같은 게 생활인권 침해다. 서울시에 생활법률 무료 강연과 상담을 위한 ‘시민포럼’을 제안할 계획이다.”
―요즘 사법시험 합격자가 1000명이나 돼 젊은 변호사들의 취업이 쉽지 않은데….
“판검사로 임용되는 사법연수원 수료자를 빼면 매년 800명 정도의 젊은 변호사가 생겨나고 있다. 미국의 ‘영 로이어스 디비전(Young Lawyers Division)’ 같은 역할을 하는 ‘청년변호사위원회’를 대한변협 안에 만들겠다. 젊은 변호사에게 경험이 많은 원로 변호사를 일대일로 연결해 도움을 주는 일종의 멘터링 제도다. 정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같은 곳에 사내 변호사 채용도 적극 권할 것이다. 최근에 만난 몇몇 대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사내 변호사에 대해 좋게 평가하더라.”
―법무부가 추진 중인 로비스트법이나 변리사 등의 소송대리권에 반대하는 게 업계의 밥그릇 챙기기라는 지적이 있는데….
“아니다. 로비스트법이 통과되거나 법률가의 자격이 없는 변리사나 법무사가 소송을 대리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국민이다. 법률 서비스는 일반 상품과 달라 한번 잘못되면 되물리기 힘들다. 제대로 서비스하려면 자격을 갖춘 사람이 해야 한다는 뜻이다.”
―법률시장 개방에 어떻게 대비하나.
“무작정 반대할 수는 없다. 시장이 개방되면 국내 변호사업계가 다 잠식당해 안 된다는 식으로 부정적인 부분만 말해서는 안 된다. 어차피 일시적이 아닌 단계적 개방으로 간다면 준비하면 되는 것이고 무조건 우리한테 불리하게만 진행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이진강 대한변협 회장▼
△1943년 경기 포천 출생 △1962년 휘문고 졸업 △1965년 5회 사법시험 합격 △1966년 고려대 법학과 졸업 △1986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1과장 △1988년 서울지검 동부지청 차장 △1993년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1994년 변호사 개업 △1999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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