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택 칼럼]비틀거리는 경제 교육

  • 입력 2007년 2월 28일 02시 59분


경제학과는 취직이 잘돼 대학마다 인기 학과로 손꼽힌다. 그러나 경제학과 졸업생들의 진로가 넓어 중고교의 경제 교육이 죽고 있다면 의아한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다. 경제학과 졸업생들은 기업 금융기관 등에 좋은 일자리가 많아 중고교 경제 교사가 늘고 주는 데 관심이 적다. 역사학과와 지리학과는 사정이 다르다. 중고교에서 역사, 지리 과목의 수업시수(時數)가 줄어들면 두 학과는 생존을 위협받게 된다.

2009학년도부터 적용되는 제7차 교육과정 개편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과목 이기주의가 여전히 막강한 파워를 발휘하면서 경제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다. 이렇게 푸대접을 받아도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와 학생들은 조용하다.

전교조 이코노믹스의 反기업 정서

새 교육과정 개편에서 가장 덕을 본 교과목은 역사다. 역사는 중고교 사회 교과에서 별도 과목으로 독립했고, 고교 선택과목으로 동아시아사가 신설됐다. 고교 교육과정에서 지리는 한국지리 세계지리 경제지리를 합해 18단위(한 학기 주당 한 시간 수업)나 된다. 경제는 고작 6단위. 고교에서 경제를 선택하는 학생 비율은 4분의 1가량에 불과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경제와 문화 체험’ 행사에 참여한 중고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90%에 가까운 교사가 현행 교육과정에서 경제 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고 응답했다. 양도 문제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

필자가 교육인적자원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공동으로 제작한 ‘차세대 고교 경제’를 읽고 난 소감은 국민 경제 교육 교과서로 쓰여도 손색이 없는 콘텐츠라는 것이었다. 교과서와 참고서의 일체화를 꾀해 흥미로운 사례와 읽기 자료가 많이 들어 있었다. 다만 주요 경제 용어의 영어 표기가 병기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았다.

한국경제교육학회(회장 전택수) 교수 10명이 집필한 이 교과서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강력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전교조와 전국사회교사모임은 교육부가 재벌을 대변하는 이익단체와 손잡고 교과서를 만든 것부터 정당하지 못하다고 공격한다. 전교조는 교과서의 내용에 대해서도 정부 개입과 분배를 중시하는 좌파 경제학의 논리로 비판한다.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사는 무역대국이다…미국, EU, 일본 등 선진국뿐 아니라 거대 시장을 가진 중국, 인도 같은 개발도상국과도 FTA를 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차세대 고교 경제 381쪽)

전교조에서 ‘일방적 기술’이라고 비난을 사는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내용이다. 민주노총과 함께 한미 FTA 반대 운동을 펴는 전교조는 소속 교사들이 FTA 계기수업을 한 적이 있다. 세계 10위권의 무역대국에서 학생들에게 반(反)세계화, 반FTA를 가르쳐서 어쩌겠다는 것인지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전교조는 ‘이 교과서가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주력 산업을 대기업 중심으로 강조해 대기업 종사자들이 우월의식을, 다른 산업 종사자들은 열등의식을 갖기 쉽게 했다’고 비판했다. 모든 사회현상을 대립적으로 파악하는 시각이다. 수출을 주도하는 대기업의 전후방 연관효과에 대해서는 언급도 하지 않는다.

미국 고교 ‘경제’ 필수과목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반기업 정서가 외국에 비해 유달리 높은 것도 학교 교육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교사가 반시장적, 반기업적이면 교과서의 콘텐츠가 아무리 우수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한국은 경제 과목의 수업시수도 적지만 교과서의 콘텐츠에도 반기업적인 기술이 많다. 전택수 회장은 현행 경제 교과서 5종의 스펙트럼을 분석해 보면 좌(左)가 2종, 중도가 2종, 우(右)가 1종이라고 분석했다.

전 회장은 미국에서는 ‘경제(economics)’를 필수과목으로 가르치는 주가 많다고 소개했다. 캘리포니아 뉴욕 텍사스 등 외국과의 교역량이 큰 주들이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차세대 고교 경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경제는 시장이라는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학문이다.

황호택 수석논설위원 hthwang@donga.com

** 황호택이 만난 인생리더 10인 ‘그들에게 길을 물으니’**

꿈을 팔아 기부금 모으는 총장(숙명여대 이경숙 총장)
물처럼 부드럽게 돌처럼 강하게(강신호 전경련 회장)
공민학교 소년이 법무부장관 되다(김성호 법무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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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삶(영화배우 최은희)
변화하는 노동운동에 앞장선다(이용득 한국노총위원장)
야구도 인생도 숫자에 밝아야 성공한다(한화이글스 감독 김인식)
국제관계의 흐름 속에서 역사를 본다(최문형 한양대 명예교수)
경쟁력 있는 사학운영의 꿈(이돈희 민족사관고 교장)
경제를 끌고 가는 힘은 기업에서 나온다(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그들에게 길을 물으니
황호택이 만난 인생리더 10인
지은이 : 황호택
가격 : 11,000 원
출간일 : 2006년 11월 24일
쪽수 : 351 쪽
판형 : 신국판
분야 : 교양
ISBN : 8970904956
비고 : 판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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