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구조조정 등으로 비자발적 이직자가 부쩍 늘어났다. 1998년 61만 명이던 것이 2005년엔 125만 명이나 됐다. 이들 대부분은 재취업을 원하지만 새 일자리 찾기가 어디 쉬운가. 문방구점에서 파는 간이 이력서에 몇 줄 적어 보내면 기업에서 연락이 오곤 했던 과거와는 다르다. 외환위기 이후 5년간 금융권 이직자 36만 명 중 금융권에 재취업한 사람은 16%에 불과했다는 보고도 있다. 체계적인 재취업 지원 프로그램이 없는 탓이다.
▷2001년 설립된 전직 지원 서비스회사 JM커리어는 지금까지 1만2000명의 전직 희망자가 교육을 받고 그중 67%가 재취업이나 창업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 윤종만 대표는 “한 회사에서 15년 이상 근무했던 해고자들은 초기 2주일간 패배감을 떨치고 심리적 안정을 찾는 과정을 거친다”고 소개했다. 해고자들은 이어 자기진단을 통해 자신의 핵심 역량을 찾아낸 뒤 자기소개서 쓰는 방법까지 배워 재취업에 도전하게 된다.
▷재취업도 양극화다. 윤 대표는 “그나마 재취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대기업이나 공기업 출신 해고자들”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2001년부터 전직지원장려금제도를 운영 중이나 요건이 까다로워 중소기업 출신은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업계에선 지적한다. 작년 지원금도 15억 원에 그쳤다. 45세 이상 근로자에 대해서는 전직교육을 의무화한 벨기에만큼은 못해도 우리도 어떤 형태로든 지원대책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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