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6∼61년 모교인 하버드대 교수였던 그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특보로 발탁된 뒤 정치에 깊이 관여했다. 한때 하루 5000단어 분량의 글을 쓸 정도로 평생 왕성한 저술과 비평 활동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그는 역사학자로서 역사와 감정을 분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케네디 시대를 다룬 저서 ‘1000일’은 케네디의 여성 편력을 무시해 보수파로부터 ‘정치소설’이란 공격을 받았다.
▷그는 공화당 대통령인 닉슨에 대한 탄핵은 적극 찬성했지만, 민주당 빌 클린턴 대통령의 탄핵에는 앞장서서 반대해 진보적 사관을 가진 친(親)민주당 인사로도 평가된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침공을 비롯한 ‘예방 전쟁’ 정책에 대한 비판자였다. 그는 진보단체 ‘민주적 행동을 위한 미국인들’의 창립 멤버로 진보주의자의 대변인으로 불릴 정도였지만 공산주의에 반대하고 실용적 진보를 주창했다.
▷15개월간 잡지 프리랜서 기자로 일한 적도 있는 그는 노무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03년 동아일보 신년호 대담에서 “제왕적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최상의 무기는 자유롭고 두려움 없는 언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은 방향타와 키, 그리고 정박하고자 하는 항구를 갖고 있어야 한다”면서 “효율적인 대통령은 가고자 하는 방향과 항구가 타당하고 합리적임을 국민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노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 시대를 끝냈다고 하면서도 비판 언론에 대한 복수심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노 대통령에 대한 고인의 평가가 궁금하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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