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목상으로는 베네통이 최근 베이징에서 발간한 잡지 ‘컬러스(Colors)’를 축하하기 위한 방문이다. 계간으로 발행되는 이 잡지는 이번 호에서 베이징을 주제로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인의 다양한 삶을 조명했다. 잡지 제목이 말해 주듯 컬러스는 지구상의 다양한 삶의 모습과 가치관을 보여 주는 것이 목적이다. 이 점만 보면 그의 방문은 의류사업과 큰 관련이 없어 보인다.
루치아노 베네통 |
1935년 이탈리아 트레비소에서 태어났다. 그는 1965년 형제자매와 함께 베네통 회사를 설립해 올해 현재 120개국에 5000여 개 매장을 가진 고급의류 패션업계의 강자로 발전시켰다. 지난해 재산이 25억 달러(약 2조4000억 원)로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부자 292위에 올랐다. 1992년부터 1994년까지 이탈리아 상원의원을 지냈다. |
그러나 베네통의 이런 접근 속엔 심모원려(深謀遠慮)의 전략이 배어 있다. 중국인의 다양한 삶을 탐구함으로써 중국의 의류시장 장악력을 높일 힌트를 얻고자 하는 전략이다.
중국의 미래 의류시장을 어떻게 보느냐는 첫 질문부터 베네통 회장은 솔직하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베네통 측이 사전에 ‘이번 방중은 컬러스 발간에만 초점을 둔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이번에 컬러스 잡지를 베이징에서 출판하는 이유는 뭔가.(컬러스는 잡지 내용에 따라 출간 도시를 바꾼다)
“70번째로 발간되는 이번 잡지가 온통 베이징 얘기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서구인들이 중국을 잘 이해하도록 중국인 사진작가 2명을 선정해 중국인의 모든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의류회사가 왜 세계의 사회 이슈를 다루는 잡지를 내나.
“베네통은 120개국에 진출해 있다.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지역일지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가깝게 하려는 노력의 결과다. 이런 노력을 위해 1991년 컬러스를 창간했다.”
―중국에는 언제 본격 진출할 것인가.
“1991년 중국에 처음 진출했지만 진전이 매우 느리다. 언제 본격적인 진출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특파원인 당신이 좀 알려 줄 수 있나.(웃음)”
―한국 시장은 어떻게 보나.
“베네통의 한국 진출은 매우 성공적이다. 결과에 만족하며 한국 합작사에 감사한다.”
―소비자의 취향이 급변하는 패션 분야에서 40년간 선두를 유지하는 비결이 뭔가.
“비결은 없다. 다만 항상 앞을 바라보며 혁신을 해야 한다는 믿음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실바노 카사노 최고경영자(CEO)와 피에르 프란체스코 파치니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해임해 경영자와 소유자 사이의 갈등설이 제기되는데….
“그들은 자신의 의무를 훌륭하게 이행한 뒤 새로운 단계의 성장을 위해 교체된 것이다.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2000년 이후 베네통의 매출액이 별로 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8% 늘고 수익률도 크게 높아졌다. 올해는 매출이 6년 전처럼 20억 유로를 넘어서고 수익도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망이 매우 낙관적이다.”
―베네통의 미래 비전은 무엇인가.
“베네통은 인류의 진정한 본질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작업을 강화할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일수록 생산과 판매를 위해서는 동시대에 가까워져야 한다는 점에서 이는 어려우면서도 매우 긍정적인 도전이라고 본다.”
―회장의 나이가 이미 칠순을 넘었다. 앞으로 회사를 2세에게 넘길 것인가.
“그룹은 아들 알렉산드로에게 넘기겠지만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은 계속 유지할 것이다. 주주와 경영인은 모두 기업의 전략과 정책, 목표를 공유해야 한다.”
―좌우명은 뭔가.
“들어 보았겠지만 ‘모두 하나가 되는 베네통(United Colors of Benetton)’이다. 국적 문화 종교 인종을 불문하고 ‘서로 다름’을 하나로 결합하자는 것이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나에게 미래는 찰나와 같은 시간이다.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지 않고 순간순간을 살아가려 한다. 국경이나 장벽이 없는 자유로운 세상을 여행하는 게 꿈이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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