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바스프의 勞使 윈윈 모델

  • 입력 2007년 4월 5일 23시 21분


코멘트
3년 전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9일 동안이나 파업을 벌였던 한국바스프㈜ 여수공장 노조가 그제 만장일치로 임금 동결을 결의했다. 독일계 다국적 기업인 바스프(BASF)가 투자해 국내 5곳에 공장을 두고 있는 이 회사는 작년에 상당한 순이익을 낸 상태다. 당연히 임금 인상을 요구할 법한데 왜 이런 이례적인 일이 일어났을까.

바스프 본사는 작년 중국에 여수공장과 같은 제품을 만드는 공장을 지었다. 노조가 변하지 않으면 언제 여수 공장을 뜯어 갈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노조원들의 임금 투쟁을 자제시킨 것이다. 실제로 바스프는 최근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해 노조원 19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지난해 방한한 위르겐 함브레히트 본사 회장은 “외국투자기업은 사슴과 같은 존재다. 풀이 없다면 미련 없이 떠나겠다”고 말했다. 세계시장을 상대하는 다국적 기업은 바스프처럼 언제든 기업 하기 좋은 곳이 나타나면 떠난다.

‘유럽의 환자’라던 독일은 임금 동결과 노동시간 연장, 그리고 해외에 공장을 세우는 아웃소싱에 힘써 ‘유럽의 엔진’으로 되살아났다. 치열한 국제경쟁과 중국의 싼 임금 공세에서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독일 기업들은 임금 동결에서 생긴 비용으로 투자를 늘리고 연구개발에 매진해 작년 생산성이 지난 16년간 평균치(0.9%)의 두 배 가까이(1.7%) 증가했다. 노동시장이 유연해지면서 일자리 100만 개가 새로 나왔고, 그 덕분에 실업급여로 나가는 정부지출이 줄어 재정에도 여유가 생겼다. 노사(勞使)의 윈윈(win-win)이다.

희생(犧牲) 없이는 회생(回生)도 있을 수 없다. 한국바스프 여수공장 노조의 솔선수범은 세계화시대의 새로운 노사관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뿐 아니라 노조도 비전과 책임의식을 갖고 회사의 존립과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그래야 노사가 공존, 공영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국내 기업까지도 새로운 초원을 찾아 떠나는 사슴이 될 수 있다.

기업을 볼모로 잡고 철밥통 챙기기에 골몰하는 전투적 노조는 글로벌 시대의 노동운동이 무엇을 지향해야 할지 한국바스프 여수공장에서 배울 일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