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 독재의 핵심, 언론통제
거기까지만 알고 말 걸, 홍콩에서 나온 중국 인명록은 괜히 봤다 싶다. 아내가 중국보석협회 부회장, 아들이 정보기술업체인 유니허브 총재, 딸은 그레이트월 컴퓨터사 전무, 사위는 60개가 넘는 자회사를 거느린 달리안샤이드그룹 총재다.
능력만 있다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의 억만장자 91%가 당 간부의 친인척이라는 홍콩의 싱타오일보까지 보고 나면 감동이 달아난다. 주로 금융 해외교역 부동산 같은 황금 알 분야에서 외국인투자 커미션을 받거나 독점 수입, 특혜 대출을 통한 부동산 개발로 부자가 됐다는 거다.
중국인들은 이런 공공연한 비밀을 알기 힘들다. 지난해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외아들 후하이펑이 총재로 있는 기업이 중국 147개 전 공항에 스캐너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는 AP 보도 같은 건 런민일보에 안 나온다.
그럴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가 지향하는 ‘조화로운 사회’를 위해선 언론통제가 핵심이다(3월 7일 런민일보).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 터진 뒤 좀 풀렸던 언론탄압은 2년도 안 돼 더 심해졌다. 11일 중국의 관방학자가 싱가포르 신문에 대고 “중국의 최대 모순은 경제 아닌 권력의 낙후성”이라고 비난했지만 그게 참인지 거짓인지도 알 길이 없다. 공산당 선전기율은 ‘당 정책에 반대하거나 정부에 반감을 일으키는 기사’는 못 내도록 못 박고 있다.
하지만 대수인가. 노무현 대통령의 환영 만찬사대로 중국이 ‘개혁 개방에 대한 확고한 소신으로 매년 9%가 넘는 경제성장을 이끄는 위민정치’를 하고 있다면.
우리 대통령이 원하는 신문의 모습도 ‘베이징 모델’이 아닌가 싶다. 2005년 ‘국경 없는 기자회’는 신화통신에 관한 보고서에서 기사의 80%가 정부에 긍정적이라고 했다. 중국인의 81%가 중국 정부에 호의적이라는 퓨리서치 조사가 나올 만하다. 중국 정부가 언론이라는, 경제엔 지장을 덜 주면서 정보와 정치적 반대의 확산을 막는 ‘전략적 조정상품’을 너무나 잘 통제한 덕택이다.
노 대통령은 측근 안희정 씨에게 했던 대북 접촉 지시가 대통령으로서 당연히 해야 되는 직무행위라고 했다. 지난달 주간동아 특종보도가 없었으면 그냥 묻혔을 비밀이다. 넉 달간 안 씨는 물론 청와대도 그런 일 없다는 거짓말로 국민을 속였다. 사실이 드러나고 나서도 대통령은 “투명성이란 국민에게 이해관계가 생기는 중요한 국가적 결정이 있을 때 알리는 것”이랬다.
국민에게 어떤 이해관계가 생기는지 여부의 판단은 국민이 한다. 언론은 생업에 종사하느라 바쁜 국민을 대신해 나설 뿐이다. 정권이 그들만의 이해관계를 위해 진실을 감추고 둘러대 투명성에 먹칠하는 건 상거래로 치면 불공정거래다. 유권자가 정권의 거짓말만 믿고 비밀은 계속 모른 채 투표했다간 나중에 손가락 자르고 싶어지기 십상이다. 대통령은 “광화문에 빌딩 가진 신문사가 행정수도 반대 여론을 주도한다”고 비난했지만, ‘광화문 신문사’가 결국 옳았음은 헌법재판소에서 입증된 바다.
언론자유 없이 민주·성장 없다
언론자유와 정부 투명성, 경제자유, 국가발전은 정비례한다. 프리덤하우스의 2006년 언론자유 1등인 핀란드(한국 69등)가 국제투명성기구의 반(反)부패지수도 1등(한국 42등), 경제자유지수 16등(한국 36등)의 상위권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11등(한국 36등)인 걸 보면 안다.
중국은 언론탄압을 하면서도 지도자가 유능하고, 글로벌시대에 맞는 시장경제정책을 택한 덕분에 ‘민주 없는 경제대국’으로 돼 가는 특수한 경우다. 유능하지도 않고, 시장경제정책을 펴지도 못하는 정권이 신문만 두들겨선 민주주의도, 경제발전도 꽃필 수 없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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