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두 얼굴의 KBS

  • 입력 2007년 4월 12일 19시 46분


뉴라이트전국연합이 지난달 KBS 수신료 거부운동을 시작했다. 국민이 낸 수신료를 재원으로 하고 전파라는 공공재(국민의 재산)를 쓰면서도 특정 정당의 급진적인 주장과 집권 여당을 옹호하는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에 와서 “자사이기주의에 빠졌다”며 KBS를 비판했다. KBS에서 근무했던 방송인들은 11일 ‘KBS지킴이’라는 모임을 발족했다. KBS의 공정성이 지켜지도록 감시활동을 펴겠다는 것이다. 방송인들이 스스로 몸담았던 방송사를 상대로 시청자운동을 벌이는 첫 사례다.

▷사면초가(四面楚歌)의 궁지에 빠진 KBS지만 누구를 탓할 것인가. 현 정권이 들어서자 KBS는 과거를 참회한다느니, 정치에서 독립하겠다느니 하며 다짐을 쏟아냈지만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 아무리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도 편파적이었다는 ‘탄핵방송’에서 드러나듯이 정권 이익을 대변하는 충견역할은 더 강화됐다. 꼬리 흔드는 대상(정권 주체)이 달라졌을 뿐이다.

▷국민에게 이념을 전파하겠다고 나섰던 오만함이나, 명색이 공영방송이란 곳이 사회 갈등을 오히려 증폭시켰던 업보는 부메랑이 돼 돌아갔다. KBS를 공공기관운영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설득력을 얻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공공기관운영법은 국민 돈을 쓰는 기관을 감시하기 위한 법이다. 그러나 공공기관과 언론기관의 두 얼굴을 지니는 KBS에 이 법은 ‘양날의 칼’이 된다.

▷정부는 대상기관에 대해 통폐합, 민영화까지 개입할 수 있다. 경영혁신을 유도하는 ‘채찍’이 될 수도 있지만 언론을 제도적으로 통제하는 ‘고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공영방송이 정권에 더 종속될 가능성이 있다. KBS는 일단 올해 적용 대상에서 빠졌지만 불씨는 남아 있다. KBS는 언론자유와 독립성을 위해 공공기관 적용이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 말이 공감을 얻으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경영을 쇄신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KBS가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해 왔다면 공공기관운영법 적용 논란도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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