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四面楚歌)의 궁지에 빠진 KBS지만 누구를 탓할 것인가. 현 정권이 들어서자 KBS는 과거를 참회한다느니, 정치에서 독립하겠다느니 하며 다짐을 쏟아냈지만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 아무리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도 편파적이었다는 ‘탄핵방송’에서 드러나듯이 정권 이익을 대변하는 충견역할은 더 강화됐다. 꼬리 흔드는 대상(정권 주체)이 달라졌을 뿐이다.
▷국민에게 이념을 전파하겠다고 나섰던 오만함이나, 명색이 공영방송이란 곳이 사회 갈등을 오히려 증폭시켰던 업보는 부메랑이 돼 돌아갔다. KBS를 공공기관운영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설득력을 얻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공공기관운영법은 국민 돈을 쓰는 기관을 감시하기 위한 법이다. 그러나 공공기관과 언론기관의 두 얼굴을 지니는 KBS에 이 법은 ‘양날의 칼’이 된다.
▷정부는 대상기관에 대해 통폐합, 민영화까지 개입할 수 있다. 경영혁신을 유도하는 ‘채찍’이 될 수도 있지만 언론을 제도적으로 통제하는 ‘고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공영방송이 정권에 더 종속될 가능성이 있다. KBS는 일단 올해 적용 대상에서 빠졌지만 불씨는 남아 있다. KBS는 언론자유와 독립성을 위해 공공기관 적용이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 말이 공감을 얻으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경영을 쇄신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KBS가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해 왔다면 공공기관운영법 적용 논란도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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