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대는 한동안 “도쿄대가 나라를 망친다”는 ‘도쿄대 망국론(亡國論)’ 소리까지 들었지만 이젠 지나간 얘기가 됐다. 가시적인 개혁 성과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 9월 ‘국립대학’에서 ‘독립행정법인’으로 바뀌면서 변화는 시작됐다. 이른바 대학법인화 사업이다. 이듬해 취임한 고미야마 히로시 총장이 선봉에 섰다. 민간기업의 경영기법을 도입하고 총장의 재량권을 늘렸다. 학과와 연구소는 독립채산제를 채택하도록 했다.
▷올해부터 벌이는 사업은 ‘도쿄대의 세계화 플랜’으로 부를 만하다. 외국인 교수를 현재의 250명에서 1300명으로 늘리고, 해외 연구소와 사무소를 22곳에서 130곳으로 증설한다. 소요자금은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다. 지난해 소니 캐논 등 일본의 최고기업들보다도 높은 AAA의 신용등급을 받아 놓은 도쿄대는 낮은 금리의 채권 발행이 가능하다. 이 돈으로 외국인 교수들에게 높은 급여와 최상의 연구 환경을 제공하고 해외 인재를 유치해 명문 글로벌 대학으로 우뚝 서겠다는 계획이다.
▷법인체제로 바뀐 지 2년여 만에 이룬 놀라운 변신이다. 대학의 자율성을 크게 높여 대학을 마음대로 헤엄칠 수 있게 해 준 법인화의 ‘마법’인가, 아니면 부활하는 일본의 저력일까. 고미야마 총장은 ‘미국 대학의 장점을 그대로 답습하는 개혁이 아닌 아시아적 특성을 살리는 개혁’을 강조한다. 저마다 살아남기 위해 온힘을 다 쏟는 세계의 ‘교육 전쟁’에서 우리만 너무 태평하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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