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 피부는 왜 금색일까
부처님이 절을 짓다가 건축비가 좀 부족했다. 할 수 없이 교회를 짓는 예수님을 찾아가 돈을 빌리기로 했다. 그렇지만 점잖은 체면에 돈 얘기를 꺼낼 수 없었다. 그래서 오른쪽 손가락을 동전 모양으로 동그랗게 말고 왼쪽 손바닥을 펴 보였다. 그러자 예수님은 두 팔을 벌렸다. 자기도 형편이 좋지 않다는 뜻이었다나 어쨌다나.
누가 만든 농담이겠지만 여기에는 종교적 상징을 보는 일반인들의 시각이 매우 재미있게 패러디돼 있다. 물론 예수가 두 팔을 벌린 것은 돈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십자가의 순교를 상징한다. 불상이 손가락을 동그랗게 한 것은 지혜와 자비를 설법하는 모습이다. 이를 수인(手印)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이런 상식이 없는 사람들은 절에 가면 궁금한 것이 무척 많다. 불상은 왜 머리카락이 소라처럼 생겼으며, 피부는 왜 금색일까. 불상은 왜 그렇게 많고, 벽화에 코끼리 그림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의문이 해소되지 않으면 갖가지 오해가 생긴다. 실제로 18세기 서양의 어떤 동양학자는 부처님을 힌두교의 신으로 보았다고 한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의 불교미술 이해수준도 사실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다.
이 책은 바로 여기에 착안해서 쓰인 ‘불교미술 이해’의 길잡이다. 제목은 ‘불교미술 기행’이지만 내용은 기행보다는 해설에 치중했다. 전문가적 감상보다는 그 작품이 보는 사람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무슨 뜻에서 그런 조각을 했는지, 작품 속의 인물은 누구인지를 친절하게 해명하는 데 주력한다. 저자가 분류한 43가지의 주제에 대한 교리적 역사적 배경설명도 재미있다. 현대인의 헤어스타일과 부처님의 머리 모양을 비교하면서 일상생활과 연관시켜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그러면서도 풍부한 자료를 동원해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다. 누구든지 끝까지 읽다 보면 불교미술 감상의 안목이 높아지고, 불교의 본질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만날 수 있다.
책 속에 소개된 사진 자료도 볼 만하다. 저자가 직접 인도 중국 한국의 불교유적지와 박물관을 취재하면서 확보한 113점의 자료사진은 독자들에게 불교미술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준다.
이 책이 갖는 또 하나의 미덕은 불교미술 이해의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불교미술 해설은 양식적 특징이나 미학적 관점에서만 이해하는 데 치중해 왔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불교미술의 감상을 몇몇 전문가가 독점하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불교미술은 감상 능력이 뛰어난 전문가들의 안목에 맞춰 제작된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교리를 구상적으로 설명하는 수단으로 시작됐다. 그러므로 불교미술은 이 책처럼 제작 목적과 배경부터 살펴봐야 이해의 바른 단초가 열린다. 또 그래야만 미술작품을 통해 형상화된 불교의 진리를 최종 소비자인 대중에게 쉽게 납득시킬 수 있다. 불교미술이야말로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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