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는 왜 풍경화를 그리는 것일까. 아름다운 자연이나 도시의 풍광을 기록하기 위해,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관점을 실험하기 위해, 혹은 자연이 베푸는 색채의 향연을 나름의 방식으로 화폭에 담기 위해 등등. 그 대답은 풍경화를 그린 화가의 수만큼 다양할지 모른다. 화가의 의도가 어떠하든, 그들이 남긴 풍경화는 마음 내키는 대로 떠나는 일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기도 하고 유혹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빈센트 반 고흐는 동생 테오가 삭막한 대도시에서 생활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옆에 두고 볼 수 있도록 아름다운 농촌 정경을 그려 보내 주었다.
그런데 인상주의 미술, 특히 반 고흐에 몰두한 사사키 미쓰오와 사사키 아야코 부부에게는 반 고흐의 풍경화가 그의 생애와 작품으로 다가서는 문을 열어 주는, 일종의 통로 역할을 했다. 파리에서 오래 생활한 사사키 부부는 반 고흐가 ‘색채와 빛’에 눈뜨게 된 프랑스에 초점을 맞춰서, 그가 작품 활동을 했던 파리와 아를, 생레미, 오베르를 직접 방문하여 그의 행적을 되짚어 나간다. 그들은 ‘고흐가 캔버스를 놓았던 장소에 서 보면, 고흐 정신의 결정체와도 같이, 그의 작품이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 명확히 보였다’고 했다.
물론 화가가 이젤을 세웠던 곳, 화가가 살던 곳을 찾아 그 자리에 섰다고 자동적으로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는 없다. 사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의도했든 우연이든 자주 바라보던 풍경화 속으로 들어선 듯한 경험을 할 때가 있다. 나도 오베르의 교회 앞에서, 그리고 밤 시간 아를의 카페에서 바로 그런 느낌에 사로잡혀 오랫동안 꼼짝 못하고 서 있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이 놀라운 것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이런 개인적이고 순간적인 경험을 그대로 흘려보내지 않고 화가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경험으로 확장한 데 있다.
사사키 부부는 집요한 열정으로 반 고흐의 그림과 일기, 평전들은 물론이고 당시의 공문서나 언론 보도 내용까지 꼼꼼하게 검토했고 반 고흐가 그림을 그린 지점을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 모든 노력은 그가 풍경화를 그릴 때 대상을 있는 그대로 그렸다는 믿음을 전제로 하며, 궁극적으로는 반 고흐가 변덕스러운 열정이나 정신병자의 광기에 사로잡혀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화가의 냉철한 시선을 유지하면서 작업했음을 보여 준다.
신성림 작가·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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