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마당]국방부 ‘군필자 인센티브’ 재추진

  • 입력 2007년 5월 4일 03시 01분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최근 “군필자에 대한 가산점 제도가 위헌 판결로 폐지됐지만 이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이에 대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하면서 공무원 임용시험 시 가산점 제도의 부활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국가를 위해 복무한 전역군인에게 보상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주장과 양성 평등을 침해하므로 곤란하다는 반론을 소개한다.》

▼찬-국방의무 다한 제대군인 배려해야▼

군필자를 위한 가산점 제도에 반대하는 측은 가산점 제도가 국민의 평등권 침해라는 헌법재판소 위헌결정(1999년 12월)을 다시 뒤집으려는 시도로 초헌법적 작태라고 비난한다.

찬성하는 측은 당시 헌재가 가산점 제도를 규정한 제대군인 지원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이 여성 등 비제대군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만큼 위헌이라면서 제대군인의 사회복귀 지원에 대한 필요성은 인정했으므로 지원대책 수립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제대군인은 헌법에 명시된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선택이 아닌 강제적으로 병역 의무를 마친 자를 일컫는다. 고대나 현대나 군복무를 하는 당사자가 군인이 된다는 사실을 얼마나 명예롭고 자랑스럽게 여기느냐에 따라 그 국가는 강국이 되어 번성하거나, 약체국가가 되어 역사에서 영원히 사라진다. 우리 군이 강군이 되기 위해서는 군 복무가 모든 남성에게 평등하게 주어지고 신성시되며 명예로워야 한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군복무는 위험하고 인생의 공백 기간이니 가능하면 면해 보거나 편하게 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일부 징집 대상자는 신체검사 조작이나 국적포기 등 편법을 동원해 면제를 받으려 하고 근무하기 편한 곳을 청탁하려 한다.

사회 지도급 인사는 사익만 앞세우는 국민 정서를 바르게 인도하고 명예심으로 고양시킬 책임이 있으나 오히려 ‘군대 가서 썩는다’고 공언하거나, 군복무 기간 단축이라는 정책을 내놓아 또 다른 형태의 복무 혐오감을 조장한다.

북한은 7∼10년 군복무를 시키면서 군필자에게는 출세의 지름길인 노동당 입당 자격 등 갖가지 특혜를 부여해 사기를 높인다. 또 남조선 군대는 차려 열중쉬어를 배울 때쯤 제대한다고 비하하면서 남한에 대한 자신감을 부여한다.

군 가산점 제도는 국민의 평등권 침해가 아니고, 평등권과 기회균등을 보장받을 권리다. 국가에 의해 강제로 사회진입이 늦어지므로 이를 보상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다.

미국은 강제징병이 아니라 자유의사에 의한 모병제이면서도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제대군인에게 5%의 가산점을 부여한다. 주정부도 연방 정부와 유사한 혜택을 준다. 우리도 군복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원칙 아래 보상했으면 한다.

첫째, 사회진출 기회 지연에 따른 불이익을 보완해야 한다. 사회 진입 시 치르는 시험에서 부여하는 가산점 5%가 너무 높았다면 다른 나라의 사례를 분석해 2∼3%로 낮추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

둘째, 사회진출 이후에는 공직기관이나 기업체 등에서 복무 미필자가 앞서 가는 등 기회균등 원칙에 반하는 불이익을 보완해야 한다. 입사 후 호봉 조정 등 국가에 봉사하고 헌신한 업적에 대한 명예심을 보상하자는 말이다.

군 복무는 나라의 주인인 국민으로서 당연히 수행해야 할 의무라고 말하는 시민이 많다. 이들은 자식을 군대에 보내고 그가 썼던 텅 빈 방을 보며 허전한 마음에 눈시울을 적신다. 억울해하고 손해본다는 느낌을 갖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다.

헌재의 군 가산점 위헌결정 당시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49%, 찬성이 31%로 나왔고 인터넷에서 가산점 폐지 반대 의견이 폭주했음을 감안하기 바란다.

김규 재향군인회 안보국장 예비역 공군소장

▼반 - 양성평등 침해… 8년 전 이미 위헌판결▼

공무원 채용 시험에서 군필자에게 3∼5%의 가산점을 부여하는 제도는 1999년 양성평등 원칙에 위배된다는 위헌 판결을 받았다.

국방부의 변(辨)은 사회복무제 시행에 따라 여성에게도 군 복무의 길이 열렸으니 가산점 제도를 부활시키자는 것이다. 가산점 규모를 종전보다 다소 축소한다면 큰 문제가 없으리란 주장이다. 위헌 판결을 받은 제도를 부활시키고자 하는 국방부의 진의가 의심스럽기만 하다.

첫째, 군 가산점제는 공무원 조직 내 상위 직급의 심각한 성별 불평등 현상을 야기한 주범 가운데 하나다. 부활을 재론하는 일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무원 직급별로 여성 비율을 살펴보면 지난해 7월 1일 발족한 고위공무원단 내 여성은 올 2월 기준으로 2.8% 수준에 불과하다. 과장급 공무원 중 여성은 부처에 따라 차는 있지만 평균 5.4% 수준이다. 목표 할당제가 종료된 시점에서의 5급 공무원 여성 비율도 평균 9.6%로 나타난다.

군 가산점제가 부활한다면 5급 이상 관리직 공무원의 성 불균형을 다시 심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다양성을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의 기회를 차단하게 됨으로써 조직의 발전을 왜곡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군 가산점제는 소수 집단을 보호하기 위해 특정 집단에 한시적으로 혜택을 주기 위해 마련된 제도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 특정 집단에 특혜를 부여하는 이유는 해당 집단이 구조적 불평등 상황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특정 지역 출신이나 여성 개인이 특혜를 받는다는 사실은 그가 속한 집단의 다수가 불평등을 경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군필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법은 이들을 사회적 소수 집단으로 간주하는 셈인데 논리적 설득력이 빈약하다.

셋째, 군 가산점제 부활을 논의할 경우 수반될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군 가산점제의 출발은 남성 내부의 군필자 대 미필자 사이의 미묘한 갈등 및 상대적 박탈감을 무마하기 위한 고육지책의 측면이 강했다. 세월이 흘러 상황이 바뀌면서 엉뚱하게 ‘아들 가진 엄마’ 대 ‘딸 낳은 엄마’ 사이의 설전(舌戰)으로 번지고, 의도하지 않았던 남녀 간 성전(性戰)으로 비화된 바 있다.

위헌 판결 당시 비난의 화살은 불특정 다수의 여성에게 퍼부어졌다. 위헌소송을 제기했던 이화여대 홈페이지는 폭풍처럼 몰아치던 사이버 테러 및 언어폭력으로 수차례 폐쇄되는 곤욕을 치렀다. 그때의 악몽을 다시 반복하는 건 절대 사절이다.

국가를 위해 20대 청춘의 황금기를 군대에서 보낸 대한민국 남성을 위해 사회적 차원에서 일정한 보상을 하자는 주장에 반대할 이는 없을 것이다. 다만 적절한 보상 방식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요구된다.

특히나 경쟁률이 날로 치솟는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법만이 군필자를 위한 유일하고 바람직한 보상책은 아니다. 연금이나 연봉에 대한 보상 등 다양한 개인복지 프로그램의 개발을 통해 매력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건 두 손을 들어 환영한다.

명실상부한 군대 문화의 선진화 및 복지 강화를 통해 군대 경험 자체가 자긍심과 자신감을 키워 주는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지 않을까.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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