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폴 케네디]차베스, ‘국부론’ 좀 읽으시죠

  • 입력 2007년 5월 8일 03시 02분


우고 차베스는 급진적이고 공격적이며 카리스마 넘치는 베네수엘라 대통령이다. 그는 지지자들 앞에서 미국 제국주의에 대해 연설하는 것을 즐긴다.

애덤 스미스는 신중하고 사려 깊은 스코틀랜드 출신 정치 경제학자였다. 그는 230년 전 인간의 경제 활동을 설명하는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책 ‘국부론’을 저술했다.

스미스는 국내외적으로 극도로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이 명저(名著)를 내놓았다. 당시 파리, 런던, 에든버러, 필라델피아의 지식인들은 이윤과 권력의 관계, 위대한 국가 건설을 논했다.

위대한 국가에 대한 스미스의 해답은 간단했다. 그는 국가가 경제에 불필요한 간섭만 하지 않는다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라고 예견했다. 인간은 천성적으로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이런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여건만 마련해 준다면 국가는 부강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국가가 현명하지 않은 행동을 한다면, 즉 창의력을 위축시키고 이견을 포용하지 않는다면, 또 멋대로 세금을 거둬들이고 개인의 소유물을 몰수하고 기업 활동에 해를 끼친다면 사회는 혼란에 휩싸일 것이다.

스미스가 무엇보다 탐탁지 않게 생각한 것은 ‘예측 불가능성(unpredictability)’이었다. 그는 자유로운 시장경제에서는 오늘 투자한 것이 내일 뒤집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보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미스의 메시지를 차베스 대통령의 최근 정책과 대비해 보자.

차베스 대통령은 국제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 덕에 벌어들인 수입을 낭비하고 있다. 그는 러시아에서 미그 전투기를 사들이고 아프리카와 남미의 반미 정권에 원조금을 대며 지지자들을 매수하는 데 오일 달러를 펑펑 써 버리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사유재산권에 대한 간섭이다. 베네수엘라는 다른 남미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빈부 격차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사회주의적, 대중영합적 정책을 펼치기 위해 개인 소유 토지와 기업을 몰수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자국에서 원유와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수입의 일정 부분을 세금으로 거둬들이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세금을 끊임없이 늘려서 외국 투자자들에게 베네수엘라가 기업 활동을 하기에 적합한 나라가 아니라는 인상을 심어 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차베스 대통령은 오리노코 강 유전개발권을 통제하고 통신 산업을 국유화하며 반정부 성향인 라디오 카라카스 텔레비전의 면허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외환 상품 시장과 금리정책도 베네수엘라 정부의 통제하에 놓이게 됐다.

시장주의자들에게 차베스 대통령의 정책은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대할 뿐이다. 그의 국가통제형 경제정책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베네수엘라 국채를 내다 파는 요인이 되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이 스미스의 책을 읽어 봤을지 의문이다. 혹시 읽었다고 하더라도 책에 담겨 있는 메시지를 무시했을 것이다. 그는 베네수엘라 국유화 정책에 우려를 표시한 미주기구(OAS)를 강력하게 비난하지 않았던가.

차베스 대통령과 그의 급진적 성향의 내각에 새해 선물로 ‘국부론’보다 더 쉬운 책을 보내 줄 때가 됐다. 욕심이 지나치면 망하고 만다는 내용의 이솝 우화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적당할 것이다. 교육 수준이 높지 않은, 카라카스의 빈민가에 사는 차베스 지지자들도 메시지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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