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두 주자는 ‘비전과 정책의 경쟁력’을 경합하면서 본격적인 경선 국면을 맞게 됐다. 좌파 정권의 대안정당이 돼 달라는 다수 국민의 여망을 안고 있는 국회 제1당이 다른 것도 아니고 민주주의의 ABC인 경선 룰 하나 합의하지 못해 파국을 자초했다면 지지를 보내 온 국민의 분노와 심판을 면하지 못했을 것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 전 시장이 민의(民意)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경선 룰의 최대 쟁점에 대한 ‘조건 없는 양보’를 결단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이-박 두 주자는 ‘내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당내 최대 경쟁자를 쓰러뜨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것이 냉엄한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는 완승과 완패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이기는 길이 있다고 우리는 본다. 한쪽은 8월 경선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지만 당내 경선과 ‘본선(本選)’ 과정을 통틀어 인물 됨됨이에서 매력과 금도(襟度)를 보여 주면서 정권 교체에 기여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람과 기회를 얻을 것이다.
이 전 시장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아름다운 경선을 통해 12월 19일 국민 모두의 열망인 정권교체를 이루도록 하겠다”고 했다. 박 전 대표도 “앞으로 선의의 경쟁을 해서 한나라당이 집권하는 데 같이 노력하자. 그래서 국민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 주도록 하자”고 화답했다. 두 사람의 다짐이 이루어지려면 우선 양자가 서로를 인정하고 평가해야 한다. 두 사람에 대한 40%대, 20%대의 국민 지지까지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면 이는 민주의식의 결여와 독선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에 불과하다. 한 집안에서 서로의 문제점만 크게 부각해 ‘저런 사람이 대통령이 돼선 안 된다’고 상호 부정(否定)한다면 진정한 ‘경쟁과 협력’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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