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선走者 정책, 철저한 검증이 중요하다

  • 입력 2007년 5월 29일 23시 09분


코멘트
어제 광주에서 열린 한나라당 정책·비전대회는 우리 정당 사상 첫 대선예비후보 정책토론회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경선 후보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의 정책(대선공약)을 밝히고, 다른 후보들과의 토론을 통해 각 정책에 대한 견해차와 상호 문제의식을 어느 정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부 경선 후보의 준비 부족과 운영 미숙으로 토론회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점은 아쉽다. 시간이 짧아 꼼꼼한 질의응답이 이뤄지기 어려웠던 점도 있었지만, 어떤 주자는 상대 후보들의 공약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자신의 주장만 늘어놓았다. 교육·복지 분야 등 남은 토론회는 철저한 사전 준비로 핵심 쟁점 위주의 토론이 됐으면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역시 검증이다. 어떤 정책이든 국민 전체의 편익과 비용이 교량(較量)되고 재원(財源) 확보 방안도 제시돼야 한다. 이명박 씨의 ‘한반도 대운하 건설’이나 박근혜 씨의 ‘일자리 300만 개 창출’ 공약도 그렇다. 타당성을 주장하는 쪽이나 비판하는 쪽이나 좀 더 구체적인 근거를 가지고 국민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경선 주자들 간의 토론회와는 별도로 각 주자 측이 더욱 심화된 정책안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도 각 주자에 대한 여론 지지율이 변할 수 있다.

잘못된 정책은 나라살림을 축내고 국민의 세금 부담을 키우며 국력을 약화시킨다. 어제 토론회에서는 예산절감 방안, 대운하 건설에 따른 환경오염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공방이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디테일(세부사항)에 악마가 있다’는 말처럼 경제공약이야말로 겉만 번지르르해선 안 된다. 모든 비용은 결국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간다.

유권자들은 ‘세금도 깎아 주고 정부 지원도 늘리겠다’는 식의 공약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우리 국민은 이런 포퓰리즘 공약의 폐해를 현 정권 아래서 충분히 경험했다. 어떤 정부도 세금을 덜 걷으면서 복지를 늘릴 수는 없다. 국민의 고통과 인내를 요구하는 후보는 없고, 뭐든지 다해 줄 듯이 하는 후보만 있는 것이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한나라당 경선 후보 정책토론회가 정책대결 선거의 계기가 되려면 언론 등을 통한 공약 검증에 유권자들이 깊은 관심과 반응을 보일 필요도 있다. 개혁이니, 평화니, 미래니 하는 상투적인 구호가 국익을 증진하고 민생을 되살리지는 못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