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건물은 멋있는 겁니까”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하여 씌었다고 운을 떼고 있는 책. 책의 말미에서 저자가 내리는 결론은 이 질문은 잘못되었다고, 잘못되어 있지 않다면 위험하다고 단언한다. ‘멋지다’라는 말에 내포되어 있는 형태적 관심에 대하여 짐짓 그 너머 ‘우리의 가치관과 시대정신의 표현’으로 건축을 보아 주기를 소망한다.
건축은 대하는 사람마다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판단의 기준이 달라진다. 건물의 외양이 아름다운지, 공간은 쓸모 있는지,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지, 오랫동안 견딜 수 있도록 튼튼하게 지어져 있는지, 좀 더 값싸게 지을 수 있는지, 어떤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거나 멋질지, 사람의 감정을 고양시킬 수 있는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더 멋있어질는지, 건물의 사용자뿐 아니라 지나다니는 사람에게 어떤 메시지와 효용을 전할 수 있는지, 주변 환경과 잘 조화되어 있는지 등 관심과 질문은 넓고도 다양하다.
노자는 ‘무릇 찰흙을 빚어 그릇을 만들어도 그 비어 있음에 효용이 있다’고 말했지만 비어 있는 그 공간을 둘러싸는 찰흙으로 만든 그릇의 구축에 관심을 멀리할 수 없는 것이 또한 건축이다. 그래서 이 책은 건축의 기초를 이루는 점과 선이 만나는 방식에서부터 공간의 크기와 비례, 선의 꺾임과 휘어짐, 나아가 재료와 구조, 설비 등 소위 ‘건축 좀 한다’ 하는 작가의 입에서는 잘 나오기 어려운 ‘건축에 있어서 세속적인 것들’에 관한 다소 지루한 이야기를 먼저 풀어 놓았다.
우리는 작가의 친절한 설명에 따라 서울 대학로 샘터 사옥에 쓰인 벽돌이 그리 정감 있게 느껴지는 것이 깊게 파낸 줄눈이 강조해 준 ‘손맛’ 덕분이라는 것과, 강남 교보타워 전면의 얼룩말무늬 기둥이 사각이 아니라 원통형 기둥이기 때문에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는 사실과, 돌로 지어진 건물의 모서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돌의 진실과 거짓을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뿐 아니다. 이제 이야기는 점점 심오해져 작가는 ‘건축에 있어서 성스러운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 사람들이 즐겨 앉아 있기를 좋아하는 이유와 종묘 월대에 가득한 박석(薄石) 앞에 선 우리가, 왜 선뜻 그곳으로 발을 디딜 수 없도록 느끼는가에 대하여 설명한다.
김주원 이몽기가 대표 인테리어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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