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절은 이화의 역사다. 성인은 고종황제고, 황화방은 학교가 처음 들어섰던 서울 정동의 옛 이름. 1886년 설립 이듬해 고종이 ‘이화학당’이란 이름을 짓고 ‘이화(梨花)’라는 현판까지 내렸다는 뜻이다. 황화방에 봄이 오면 배꽃이 만개했다. 제2절은 한국 여성사다. 지조는 신라 김유신의 부인이자 화랑 원술의 어머니인 지소(智炤) 부인. 원술이 당나라와의 전쟁에서 후퇴하자 죽을 때까지 아들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는 어머니다. 아령비는 신라 시조 박혁거세의 부인인 알영(閼英) 왕비. ‘지은이 우리’의 지은은 신라 때 남의 집 종으로 팔려가 홀어머니를 봉양했다는 우리 역사의 대표적 효녀.
▷사학자인 이배용 총장은 작년 8월 취임 이후 기회가 닿을 때마다 ‘교가 해설’에 열을 올린다. 특히 2절은 한국 여성사 속에서 이화인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소 부인은 의롭고 지혜로운 여성상, 길쌈과 양잠을 독려했다는 알영 왕비는 일하는 여성상, 효녀 지은은 따뜻한 인간미를 가진 여성상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이 총장은 “교가의 어휘가 매우 어렵지만 그 뜻을 알면 이화인의 자긍심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다”고 역설한다.
▷이화가 오늘 설립 121주년을 맞는다. 지금은 배꽃동산을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가는 이화지만 설립이념은 처음 그대로다. 이화의 설립이념은 근대 이후 한국 교육의 기틀을 다져 온 사학(私學)의 정신이기도 하다. 6월 국회에서 사립학교법을 처리하는 국회의원들이 우리 사학들이 지향하는 교육이념과 사학이 걸어 온 길을 잠시라도 되돌아보기 바란다.
김창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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