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문가 육성을 위해 설립된 이 학교는 영어로 수업을 진행한다. 학교 특성상 영어 능력이 중요하다. 하지만 입시요강을 보면 신입생에게 토플 토익 같은 영어 성적은 일절 요구하지 않고, 특별전형에 한해 실시되는 영어 듣기 평가도 일정 수준 도달 여부만 가릴 뿐 전형에 반영하지 않는다. ‘국제고’의 신입생을 뽑으면서 영어 실력은 고려하지 않는 이상한 전형이다.
전교조 등 일부 교육 단체들은 국제고 설립에 반대해 왔다.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교육청은 영어 성적을 반영할 경우 이들로부터 공격을 받지 않을까 무서워 엉뚱한 입시요강을 만들어 낸 것이다.
한 해 150명의 학생을 뽑는 이 학교 때문에 전국에 사교육 열풍이 일어날 것이라는 주장은 허풍이다. 조기유학을 떠나는 학생이 한 해 2만 명을 넘어서고, 보기에도 안쓰러운 ‘기러기 아빠’가 넘쳐 난다. 수출로 어렵게 외화를 벌어 유학비용으로 연간 12조 원을 고스란히 빼앗긴다. 평준화로는 해결할 수 없다. 학교를 다양화해 이런 수요를 국내로 돌리는 방법밖에 없다.
특히 서울의 학교 선택권은 크게 제한돼 있다. 평준화 제도를 보완하는 자립형 사립고가 서울에는 한 곳도 없다. 2009년 은평, 길음 뉴타운에 들어설 예정이던 자립형 사립고도 설립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외국어고는 참여정부의 집중 규제를 받고 ‘공공의 적’으로 몰린 지 오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평준화를 보완하고 학교 선택권을 늘려야 한다는 대답이 우세하다. 평준화 폐지를 지지하는 여론도 늘어났다. 서울시교육청은 국제고를 설립 목적에 맞도록 소신 있고 당당하게 운영해야 한다. 각 분야에서 영재를 기르는 교육이라야만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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