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미국 뉴햄프셔 주의 주도(州都)인 콩코드에는 이런 현수막을 걸어 놓은 상점들이 도처에서 눈에 띄었다. 주도서관 입구에는 뉴햄프셔가 1920년 이후 항상 첫 번째 프라이머리(미국에서 대선후보를 결정하기 위한 예비선거)를 개최해 왔다는 사실을 알리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었다.
인구 123만 명에 불과한 뉴햄프셔가 왜 미국 대선 지형도에선 항상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일까.
선거 업무를 총괄하는 윌리엄 가드너 뉴햄프셔 주 국무장관은 이날 기자와 만나 “평범한 시민들이 정치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것이 결정적 이유”라며 “미국에서 예비선거를 처음 시작한 것도 뉴햄프셔였다”고 말했다.
많은 현안이 선거로 결정되기 때문에 뉴햄프셔에선 선거가 끊이지 않는다. 중요한 선출직 임기는 대개 1년으로 제한했다. 주민들이 자주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한국식으로 생각하면 ‘선거공화국’과 이에 따른 고비용이 우려될 정도다. 그러나 공화당이나 민주당의 뉴햄프셔 지부에서 월급을 받는 상근직원이 각각 2명 안팎에 불과할 정도로 이곳에선 자원봉사 전통의 뿌리가 깊다.
뉴햄프셔가 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상대방에 대한 관용이다. 프라이머리가 열리기 전 각 당 대선 후보들이 뉴햄프셔에서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비전을 마음껏 주장할 수 있다. 시민들은 이 기간 중에는 정당에 상관없이 후보들의 주장을 경청한다.
퍼거스 컬렌 뉴햄프셔 주 공화당 의장은 “3일 열린 민주당 후보 토론회에서 개인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많은 주장이 제기됐지만 반론을 제기하지 않겠다”며 “이것은 뉴햄프셔의 오랜 전통”이라고 말했다.
3일과 5일 뉴햄프셔에서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 대선후보 토론회가 열리면서 요즘 미 대선후보들은 뉴햄프셔를 누비며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을 주제로 자신들의 주장을 펼친다. 주민들은 이런 주장을 들으면서 후보들을 판단하고 검증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한국은 미국보다 대선 시기가 1년이나 빠르지만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5년마다 명멸하면서 이름을 바꾸는 한국 정당의 ‘슬픈 역사’가 이번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뉴햄프셔 주’는 언제쯤 가능할까.
콩코드(뉴햄프셔 주)에서
공종식 뉴욕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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