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녕]착각王들

  • 입력 2007년 6월 6일 03시 00분


독일의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는 ‘과대망상증 환자’였다. 그는 전 세계를 굴복시켜 ‘세계의 총통’이 되려 했고, 그에 대비해 ‘세계의 수도’ 건설을 추진했다. 이른바 ‘게르마니아(게르만인의 수도라는 뜻) 건설 계획’이었다. 폭 120m에 길이 7km의 중앙대로, 로마의 성(聖) 베드로 성당보다 16배나 커 2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국민대회당을 만드는 등 베를린을 대대적으로 개조하려 했다. 하지만 패전으로 이 계획은 물거품이 됐고, 히틀러 자신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4일 언론 회견에서 “마하트마 간디 이후 전 세계에서 나처럼 순수한 민주주의자는 없었다”고 말했다. 착각은 자유라지만 심한 과대망상이다. 그가 교묘하고 모진 방법으로 권력과 언론을 장악한 것은 세계가 다 아는 일이다. 민선으로 선출되던 주지사들을 중앙정부에서 임명하고, 상원마저 간접선거제로 바꾸면서 대통령의 영향 아래 놓이게 했다. 국영기업들을 동원해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언론을 손아귀에 넣고 언론인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집권 10년차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올해 세 번째 취임사에서 “예수는 가장 위대한 사회주의자”라고 했다. 석유기업을 국유화해 마련한 재원으로 좌파 포퓰리즘 정책을 펴면서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예수와 자신을 오버랩하는 수법을 쓴 것이다. 그는 미국 뉴욕의 빈민들에게 도매가보다 40% 싼 난방용 연료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래도 예수라니! 언론을 통제하려고 베네수엘라 최대의 민영방송인 RCTV를 강제 폐쇄하고도 “표현의 자유가 만개하고 있다”고 떠벌린 그다.

▷노무현 대통령은 2일 참여정부평가포럼 강연에서 “저는 과장급 대통령일 때도 있지만 그러면서도 세계적인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실 통폐합과 기자의 공무원 접촉 제한을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이라 부르며 이를 비판하는 야당을 “언론에 굴복했다”고 몰아붙였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은 세계 12위 안팎이다. 노 대통령의 국정생산성은 세계 몇 위쯤 될런가.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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