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예산을 퍼 쓰는 관(官)의 혈세 낭비는 일선 구청부터 정부 부처, 청와대까지 위아래가 없다. 건설교통부는 작년 한 해 1600건이나 해외출장을 보내 감사원의 예비조사를 받았다. 방문 대상인 외국 기관은 한국 공무원들이 중복 출장을 오는 바람에 업무에 지장을 받을 정도란다.
노무현 대통령은 코드에 따라 공직을 나눠 주는 보 은(報恩)인사로 세금 낭비를 조장했다. 연봉 1억2000만 원의 공기관 감사를 지낸 김남수 씨는 세금 낭비의 한 모델이다.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2002년 대통령선거 때 노 후보의 노동특보를 지낸 그는 대통령비서관이 됐고 2006년 이해찬 총리의 3·1절 골프 파문 뒤 골프금지령을 무시한 채 공을 친 사실이 발각돼 물러났다. 청와대는 넉 달도 안 돼 김 씨를 한국전기안전공사 감사에 임명했다. 한나라당 자료에 따르면 공기업 감사들의 ‘이구아수 폭포 출장’은 그가 주도해 추진됐다. 김 씨는 추진만 하고 함께 가지는 않았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지난달 감사직을 떠났다.
대통령부터 말단 구청 직원에 이르기까지 세금을 내는 국민의 노고를 잠시라도 생각한다면 이런 식의 예산 낭비가 생길 리 없다. 올해 우리 국민 한 사람이 내야 할 세금은 작년보다 20만 원 많은 383만 원이다. 유리알 지갑의 봉급쟁이가 내는 근로소득세는 현 정부 들어 81%나 늘었다. 그럼에도 재정 적자와 국가 부채는 역대 어느 정부 때보다도 급증했다. 선진복지국가를 만들겠다면서 세금 부담과 나랏빚을 늘려 놓고는 청와대부터 말단 구청까지 자기들 생색내기와 복지 챙기느라 바쁘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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