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택 칼럼]미래의 富가 솟는 ‘사람 油井’

  • 입력 2007년 6월 19일 19시 45분


지구촌에서 총성 없는 에너지 전쟁이 뜨겁다. 고갈 위기에 처한 석유 에너지를 확보하고 대체에너지를 개발하기 위한 경쟁이다. 석유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우리로서는 석유가 펑펑 솟아 오일달러를 주체하지 못하는 중동 국가와 러시아, 베네수엘라 같은 나라가 부럽기만 하다.

‘석유 이기는 人材’ 입증한 이스라엘

그러나 석유 매장량이 국민의 소득이나 행복지수와 정확하게 비례하지는 않는다.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6개 걸프만 국가에 2002년부터 5년 동안 석유 수출로 1조5000억 달러가 흘러들어 갔지만 세계 금융기관들도 막대한 오일달러의 행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다. 석유 매장량 2위인 이란은 이슬람 근본주의 정권이 집권해 국민의 기본권을 억압하고 있다. 3위 이라크는 후세인 철권통치 아래 시달리다가 미국의 침공을 받았고 종족 갈등 속에 자살 폭탄테러가 끊이지 않는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는 런던의 빈민들까지 돕겠다고 나서지만 자국의 ‘석유 이후’에는 대비하지 않는 모습이다.

반면에 이스라엘은 국토도 척박하고 유정(油井) 하나 없지만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2005년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1만8580달러로 이란(2600달러)의 7배가 넘는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재력과 영향력을 발휘하는 유대인들의 후원도 큰 힘이 된다. 그 인적 자원도 저절로 생긴 것이 아니라 유대인들이 누대(累代)에 걸쳐 쌓은 것이다.

세계화의 전도사 토머스 프리드먼은 최근 이스라엘 네게브 사막에 있는 벤구리온대를 방문해 ‘이스라엘은 유정을 발견했다’라는 글을 썼다. 석유가 솟는 유정이 아니다. 생물공학 소프트웨어 전자공학 같은 첨단 분야를 연구하는 학생들이 바로 이스라엘의 유정이라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의 하마스와 파타당(黨)이 사막의 올리브 나무를 차지하기 위해 총질을 할 때 이스라엘 학생들은 연구실에서 로봇을 만들고 매트릭스를 이용한 목표물 탐지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어느 쪽이 승리할지는 불문가지다. 유정은 언젠가 고갈되지만 우수한 인적자원이라는 유정은 바닥이 나지 않는 화수분이다. 두바이는 2010년이면 석유가 고갈될 것으로 예측되자 현명한 군주가 재빨리 경제 개발과 인재 육성으로 국가 전략을 전환해 눈부신 발전을 이룩하고 있다.

유정 하나 없는 우리나라도 대학에서 세계 최고의 연구 성과를 이루어 내고 세계를 무대로 활약할 인재를 어떻게 육성하고 발굴하느냐에 미래가 달려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인재 육성은 기러기 가족이 알아서 하니 손을 놓았는지, 3불(不)정책을 신줏단지처럼 모시고 산다. 대학 연구 지원금은 대학입시를 통제하고 말 안 듣는 대학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하향 평준화 코드를 고교에 이어 대학에까지 강요하면 미래 세대를 무엇으로 먹여 살릴 것인가. 학생 선발에서 내신과 수능의 비율을 어떻게 할지는 정말 기술적인 문제이고, 비전문가인 대통령이 감 놔라 배 놔라 할 일이 아니다. 뻔히 알면서 아무 말도 못하는 김신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더 한심하다.

先導국가 멀어지게 하는 교육통제

지금 당장 고교등급제를 시행하거나 고교 평준화를 깨자는 게 아니다. 고교 평준화가 일거에 무너지면 혼란이 올 것이다. 공립학교는 고교 평준화를 유지하고 자립형 사립고를 늘려 가면서 과학고 외국어고 국제중 같은 영재교육기관을 육성해 평준화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중요하다. 변별력이 없는 내신 위주의 입시를 강요해 공부 열심히 하는 학생을 오히려 손해 보게 하는 역차별 제도, 과학고를 비롯해 특목고의 씨를 말리는 입시제도로는 21세기 선도국가가 될 수 없다.

침대 길이에 맞추어 영재들의 다리를 자르는 하향 평준화 교육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 컴퓨터의 스티브 잡스 같은 인재를 배출할 수 없다. 화석화된 평등교육 코드에 집착하는 대통령과 정부가 미래의 부(富)를 가져올 유정을 고갈시키고 있다.

황호택 수석논설위원 hthwang@donga.com

**황호택 논설위원이 신동아에서 만난 '생각의 리더 10인'이 한 권의 책으로 묶어졌습니다.
가수 조용필, 탤런트 최진실, 대법원장 이용훈, 연극인 윤석화, 법무부 장관 천정배, 만화가 허영만, 한승헌 변호사, 작가 김주영, 신용하 백범학술원 원장, 김용준 고려대 명예교수.

이 시대의 말과 생각
황호택 기자가 만난 생각의 리더 10인
지은이 : 황호택
가격 : 11,000 원
출간일 : 2006년 01월 01일
쪽수 : 359 쪽
판형 : 신국판
분야 : 교양
ISBN : 8970904476
비고 : 판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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