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미학,건축이야기 20선]<18>그림이 된 건축,건축이 된 그림 1,2

  • 입력 2007년 6월 2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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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라는 시대에 포스트모던의 대두 이후에 나타난 큰 흐름 중 하나는 장르의 해체라고 할 수 있으며 건축도 예외는 아니었다. 파리의 라빌레트 공원을 디자인하여 건축과 조경이라는 장르를 해체한 베르나르 추미, 음악가에서 건축가로 전향한 다니엘 리베스킨트는 장르 간의 경계를 해체하는 동시에 각 장르의 장점을 건축디자인에 이용해 건축의 역사에서 새로운 장을 펼쳤다.

여기서 장르의 해체를 거론한 이유는 이 책이 바로 이런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서로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고받은 화가와 건축가들의 이야기, 그림 속의 장면을 실제 건축물로 구현해 낸 건축가들의 이야기, 건축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그 모습을 화면 속으로 재창조한 화가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이 책은 그림과 건축의 관계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건축과 그림은 물론이고 영화를 통해 건축을 들여다본다.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배리 린든’을 통해서는 영국 스트어헤드 정원에서 헨델의 ‘사라방드’를 듣고 클로드 로랭의 풍경화를 보는 듯 착각에 빠지게 된다. 뉴욕 브루클린 브리지라는 다리를 통하여 앨런 파큘라의 영화 ‘소피의 선택’, 워커 에번스의 사진 연작, 다리를 만든 토목기사이자 화가인 데이비드 호크니에 이르기까지 이야기의 실타래를 풀어나가면서 추리소설 같은 흥미진진함과 저자의 해박함을 맘껏 보여 준다.

책이라는 것이 문자라는 매체를 통해 시대와 장르를 종횡무진 넘나들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상상력의 날개를 펴게 만든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저자가 이미 서문에서 이야기했듯 장르를 통섭하면서 건축과 그림 영화 음악이 행복하게 만나는 것이다. 이런 만남은 마치 나비효과처럼 그림이라는 단서들을 통해 건축을 비롯한 다른 장르와 연결되어 전개된다.

실제로 이 책의 제목처럼 건축과 그림은 밀접한 관계였다. 르코르뷔지에가 퓨리즘(Furism)이라는 회화의 유파를 통하여 건축의 공간 실험을 했던 것처럼 마치 닭과 계란처럼 물고 물리는 것이었다. 그건 모리츠 코르넬리스 에셔의 초현실주의적인 계단 그림의 모티브가 영감으로 작용하여 일본의 안도 다다오(安藤忠雄)의 건축, 혹은 네덜란드 유엔스튜디오의 건축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과 같다.

이 책은 현대에 와서 이제는 건축이 건축 자체로서만이 아니라 다른 예술의 자양분을 통해서 새롭게 개화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 이 책의 큰 장점은 그림과 건축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 수 있다는 점, 한 사람의 학문적 열정이 시공간과 장르를 넘어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 줄 수 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김문덕 건국대 교수 실내디자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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