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집이라고 해서 반드시 멋지고 특별하진 않다. 주택의 정의와 설계 방법은 다양하며 정답도 없다. 최적의 ‘풀이’만 있을 뿐이다. ‘건축가는 어떤 집에서 살까’에 필자로 참여한 건축가 13명이 제시한 ‘풀이’도 각양각색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건축가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을 살아가는 공간에 담아냈다는 것이다. 인사동 길과 산본신도시를 설계한 김진애 씨,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설계자 류춘수 씨, TV 프로그램 ‘느낌표’의 도서관 프로젝트 건축가 정기용 씨, 서울시청어린이집 건축으로 유명한 서혜림 씨…. 잘 알려진 건축가들이 털어놓는 ‘우리 집 이야기’가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소개된다.
책에도 나오듯 많은 건축가가 자신의 집을 공개하기 꺼린다. 건축가의 집은 뭔가 다를 것이라는 과도한 기대에 부응하기 힘든 점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이 기획 이후 2년여의 시간이 걸린 것만 보더라도 이해가 간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접했을 때 ‘나올 것이 나왔다’라고 생각했다.
건축가 집의 외관이나 인테리어가 멋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다면 당혹스러울지도 모른다. 책을 보면 건축가의 집이라고 해서 화려하고 별스러운 게 아니다. 한옥을 고쳐 사는 사람도 있고 리노베이션을 한 아파트에 사는 사람도, 산간벽지에 별채를 지어 놓은 사람도 있다. 특별하지 않은 듯 보이지만 그 집에는 저마다 삶의 방식이 담겨 있다. 개성과 철학이 있고, 상상력과 자부심이 담겨 있다. 몇 평이고, 집값이 얼마고 하는 것부터 따지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이 책은 ‘어디에 사느냐는 것은 어떻게 사느냐는 것을 말해 준다’는 건축가 김원 씨의 말을 새롭게 일깨운다.
배준현 동양대 교수 건축실내디자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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