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순덕]삼성전자의 ‘먹을거리’ 찾기

  • 입력 2007년 6월 28일 20시 57분


“한국의 반도체부문 자본 생산성은 미국의 절반에 불과하다. 제조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워 수명 주기가 짧은 메모리칩에 80%가 몰려 있기 때문이다.”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싱크탱크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는 13개국을 분석해 2004년 내놓은 책 ‘생산성 파워’에서 우리 반도체산업 투자의 낭비성을 지적했다. 메모리칩의 한계를 간파한 인텔은 여기서 손 뗀 지 오래다. 인텔만이 만들 수 있는 ‘컴퓨터의 두뇌’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속속 개발해 메모리칩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실적은 ‘반도체 쇼크’였다. 반도체 총괄 영업이익률이 4년 만의 최저 수준인 12%로 급락했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대대적 구조조정에 나섰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다. 삼성전자는 어제 발표한 경쟁력 강화 방안에서 5∼10년 뒤의 ‘먹을거리’를 찾는 노력을 강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메모리 용량을 늘리는 식의 기술 확장만으로는 턱도 없다. 소니의 워크맨, 애플의 아이팟처럼 세상을 흔들어 놓을 혁신적 신수종(新樹種)이 필요하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최근 “교육이 문제다. 인재를 더 천재화시켜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위기의식의 발로다. 기업들은 대학의 공학교육 성과에 대해 14개 항목 중 13개에 낙제점을 줄 만큼 불만이 크다는 게 연세대 공대의 조사 결과다. 전공지식뿐 아니라 창의력, 도전정신 심지어 소통능력도 부족하다는 평가다. ‘공학교육 인증제’가 도입된 지 올해 8년째인데 “10년 전에 비해 오히려 인력 수준이 떨어졌다”는 탄식까지 나온다.

▷위기감을 느끼고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선 삼성전자에는 그래도 희망이 있다. 기업에서 낙제점을 받는 학생들을 길러놓고 “전공지식을 잘 가르쳤다”며 스스로 97점을 매긴 공대 교수들이나, 경쟁력을 키우는 교육 대신 평등 교육만 강조하는 대통령은 위기라는 인식조차 없어 보인다.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교육과 정치의 혼돈 속에서 몸부림치는 기업이 고맙고, 또 안됐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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