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라도 교육기회 얻어야 능력 발휘”
―다중지능 이론은 지능지수(IQ) 개념에 도전장을 내며 영재의 개념을 확장시켰다. 그렇다면 누구나 다 영재가 될 잠재력이 있다는 것인가.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다중지능 이론이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양한 영재상(像)을 만들어 낸 것이 다중지능 이론의 인기 요인이 아닐까. 그러나 모든 사람이 다중지능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모두 다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분야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그 분야를 찾기가 쉽지 않으며, 비록 찾는다고 하더라도 적절한 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최근 미국에서 발간된 저서 ‘미래를 위한 5가지 마음’이 곧 한국에서도 번역 출간될 예정이다. ‘5가지 마음’이란 무엇인가.
“생산적인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갖춰야 할 정신적 소양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한 분야를 통달하는 데 필요한 ‘훈육의 마음(Disciplined Mind)’, 각 분야를 균형 있게 바라보는 ‘종합의 마음(Synthesizing Mind)’,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안해 내는 ‘창조적 마음(Creative Mind)’, 타인을 신뢰하는 ‘존중의 마음(Res-pectful Mind)’, 공동체의 시민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윤리의 마음(Ethical Mind)’이다.”
―5가지 마음이 교육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이런 마음들을 교육을 통해서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 현장이 곧 마음 개발의 장(場)이 돼야 한다.”
―존중의식이나 윤리의식의 배움터로 과연 학교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가.
“학교의 위상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미국에서도 학교는 학문이나 습득하는 곳이지 윤리의식을 배우는 곳은 아니라는 비관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지 오래다. 미국 중고등학교에서 매년 시험 부정행위 적발 건수가 10% 정도씩 늘고 있는 것만 봐도 윤리의식의 붕괴를 알 수 있다. 과거 나의 연구가 지능개발 방법에 중점을 뒀다면 요즘은 학교의 윤리교육을 강화하는 데 관심이 많다.”
―요즘 하버드대를 비롯한 많은 미국 대학에 한국 유학생이 밀려들고 있는데 그들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30년 넘게 하버드대에서 가르치면서 많은 한국 학생을 접해 왔다. 한국 유학생들은 대체적으로 우수하지만 타인의 비판에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훌륭한 인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비판으로부터 무엇인가를 배워야 하는데 한국 학생들은 일단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심리적으로 위축돼서 아예 학습 의욕을 잃는 경우를 자주 봤다. 비판을 생산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존중의 마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가드너 교수에게 한국의 대학입학 전형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그는 하버드대 교수로 30년 넘게 재직하며 교육 행정에도 일가견이 있다.
―미국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SAT)과 고교 성적 비율 문제로 갈등이 생긴 적이 있는가.
“최근 추세는 SAT 반영 비율을 낮추는 쪽으로 가고 있다. 일부 대학은 학생 선발에서 SAT 점수를 아예 적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SAT 반영 비율을 높이든 낮추든 그 결정은 대학이 한다. 정부는 그런 대학의 학생 선발 결정권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소외계층을 위한 ‘기회균등할당’ 방안도 문제가 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학교가 저소득층 및 사회적 소수 그룹 학생을 배려하는 것은 좋다고 본다. 또 그래야만 한다. 그러나 배려는 의무교육 단계인 초중고등학교 수준에서 이뤄져야 하며 대학은 순수경쟁에 의해 입학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러는 것이 다른 학생과의 공정 경쟁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가드너 교수:
△1966년 하버드대 심리학과 졸업 △1971년 하버드대 사회심리학 박사 △1983년 ‘다중지능(MI) 이론’ 발표 △1986년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교육학과 교수 △현재 하버드대 인지교육학·심리학과, 보스턴대 의대 신경학과 교수 △2000년 존 구겐하임 펠로십 수상 △2005년 포린폴리시지(誌) ‘세계 100대 지성’에 선정 △주요 저서: ‘마음의 구조-다중지능 이론’ ‘선도적 마음-지도력 해부’ ‘미래를 위한 5가지 마음’ 등 20여 권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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