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장롄구이]北핵포기-평화협정 병행돼야

  • 입력 2007년 7월 18일 03시 01분


코멘트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한반도 정전(停戰)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기 위한 방안을 깊이 있게 연구 중이다. 미국은 올해가 끝나기 전에 북한과 평화협정을 맺기 위한 협상을 개시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한반도 안정을 유지하는 체제는 정전협정이다. 1953년 7월 27일 맺은 이 협정은 만족스럽진 않지만 반세기 넘게 군사분계선을 유지하며 남북 대치 상황에서도 한반도에서 평화를 유지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북한은 줄곧 미국에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을 체결하자고 요구했지만 미국은 이를 계속 외면했다. 미국의 거부는 북한의 사회체제를 싫어하는 데서 출발한 것이지만 동아시아의 전략적 이익을 고려한 것이다. 미국이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미군이 한국에 머무를 이유가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북한은 미국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1990년대 초부터 고의로 정전협정을 깨기 위한 일련의 조치를 취했다.

북한은 1991년 3월 정전협정에 따라 설치된 군사정전위원회에 참석하지 않기 시작했다. 1994년 4월 말엔 판문점에 있는 군사정전위원회의 중국 측 대표단에 철수를 요구했다. 북한은 이어 같은 해 5월 일방적으로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를 설치했다. 1993년과 1995년 북한은 체코와 폴란드 대표에게 중립국감독위원회에서 철수해 줄 것을 요구했다.

정전협정은 이 때문에 큰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다행히 세계의 냉전이 종식되면서 한반도의 정전체제는 과거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반도의 핵 위기 이후, 특히 북한이 지난해 10월 9일 핵실험을 실시한 이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이미 상처투성이가 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필연적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몇 가지 중대한 문제가 명쾌하게 해결되기 전에는 평화협정 체결이 쉽게 진전되기 어렵다.

먼저 평화협정의 주체 문제다. 북-미가 당사자라는 주장도 있지만 정전협정에 서명한 북한, 중국과 연합국 대표인 미국이 당사자라는 얘기도 있다. 6·25전쟁의 당사자인 남북한과 중국 미국 4자가 주체가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법리상으로 보면 평화협정은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것이므로 북한과 중국 미국 등 3국이 서명해야 하지만 남한 역시 전쟁의 당사자이므로 남북한과 중국 미국 4자가 동시에 서명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다. 이렇게 할 때만이 협정의 구체적 힘이 생긴다. 물론 6자회담의 당사자가 평화협정과 같은 국제 조약을 만들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다.

또 다른 문제는 평화협정과 북한 핵 문제 사이의 관계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새로운 변수다.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 유지라는 평화협정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북한의 핵 포기는 필수적이다. 북한의 비핵화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평화협정을 서둘러 체결하면 되레 한반도의 비핵화 노력을 손상시키고 북한의 핵 보유를 고착화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문제는 매우 복잡하다. 장애 요소가 많아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따라서 각 당사자는 기본 조건을 먼저 갖춘 뒤 협상에 임해야 한다.

평화협정 체결은 반드시 북한의 핵 포기와 병행해 이뤄져야 한다. 북한의 핵 포기가 완성되는 날, 바로 평화협정이 체결돼야 한다. 이렇게 할 때만이 ‘핵 포기와 평화’를 서로 맞바꿨다는 대의도 달성할 수 있다.

장롄구이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