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의 풍경’의 주인공인 벤저민 위버가 활약하는 시기는 18세기 영국이다. 왕위 찬탈을 두고 영국 양대 정당 토리당과 휘그당이 총선을 앞두고 정면으로 붙는 시대를 배경으로 위버는 좌충우돌하면서도 통쾌한 액션을 선보인다. ‘지극히 정치적인’ 시대에 ‘정치에는 전혀 관심 없는’ 남자의 모험담이 박진감 있게 펼쳐진다.
양당의 정치 공방 속에 우연히 말려든 위버는 소설의 시작부터 살인누명을 쓰고 사형선고를 받는다. 재판정에서 어떤 여인이 쥐여 준 연장을 이용해 가까스로 탈옥에 성공하지만 진짜 고생은 그때부터다. 알몸으로 빗속을 달리던 위버는 취객의 옷을 뺏어 입고 판사를 찾아간다. 판결에 대한 진실과 배후를 말하라고 협박하지만 정치와 관련된 내용이라 위버는 무슨 말인지도 모른다. 급한 마음에 판사의 돈을 갈취하고 도망가는 우리의 파렴치한 주인공은, 그나마 자기보다 유식한 의사 친구의 도움을 받으며 사건의 중심으로 들어간다. 유수의 추리소설상으로 꼽히는 에드거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리스는 역사추리물에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작가다. 아무리 역사에 대한 지식이 없는 독자라도, ‘부패의 풍경’ 속 주인공 위버와 숨 가쁘게 영국의 옛 뒷골목을 헤매다 보면 사건의 감을 잡을 만큼 작가의 묘사 능력은 뛰어나다. 사실 그것이 생생한 역사이기도 하다. 18세기 영국의 커피하우스, 술집, 매음굴, 도박판, 재판정, 감옥, 선거 유세장 등에 대한 세밀한 묘사는 긴박한 사건을 풀어 가는 추리소설에 역사적 고증이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최필원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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