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문명]성공의 추억

  • 입력 2007년 7월 24일 03시 02분


그리스신화 속 이카로스는 감옥에 갇혀 있다가 밀랍 날개를 달고 탈옥한다. 자유를 얻었다는 성취감에 도취된다. 그러나 눈 아래 펼쳐지는 에게 해(海)를 바라보며 ‘성공했다’고 느낀 순간 바다로 추락한다. ‘태양 가까이 가서는 안 된다’는 아버지의 당부를 잊고 더 높이 날려다 날개가 녹아 버린 것이다. ‘성공을 잊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경영학의 지혜를 말할 때 자주 인용되는 ‘이카로스의 역설(Icaros Paradox)’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고경영자(CEO) 305명에게 설문조사를 했더니 응답자의 90%가 “과거의 성공이 기업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고 했다. 이들 중 54%는 “성공에 집착해 실제로 실패를 경험해 본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 이유로 “시장 요구가 너무 빨리 변해, 과거 방식이 맞지 않기 때문”(59%)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스스로 새 트렌드를 만들거나 최소한 ‘세계화 시대, 디지털 세상’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으려면 어제의 성공 신화에서 빨리 깨어나야 한다는 메시지 같다.

▷변수가 너무 많은 세상이라 좋은 일이 나쁜 일로, 나쁜 일이 좋은 일로 역전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야말로 한 치 앞을 짚기 어렵다. 극적인 성공을 거둔 기업이나 사람일수록 실패의 쓴잔도 혹독하다던가. 성공한 때일수록 실패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경쟁과 승부의 세계다. 과거의 체험, 과거의 기억과 빨리 단절하는 것은 새로운 상상력의 원천이기도 하다.

▷성공을 위한 가장 큰 동력은 ‘결핍’이라는 말이 있다. 어느 경제인이 국내 모 대기업 회장에게 “벌 만큼 벌었으니 쉴 때도 된 것 아닌가”라고 묻자 “나는 만족을 모르는 결핍증 환자”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성공의 안락이 영원히 보장되지 않는다는 데 인생살이의 묘미도 있고 기업경영의 고통도 있다. 중요한 것은 ‘성공’ 그 자체가 아니라 현재와의 끊임없는 싸움이요, 미래와의 대화일 것이다. 성공의 추억은 기업경영의 가파른 사이클에서 만나는 이카로스의 밀랍 날개 같은 것이라고 기업 흥망사는 말해 준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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