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김화랑(26) 씨는 수년 동안 온라인 구매를 해 오면서 크고 작은 사기를 당했다. 돈은 입금했는데 물건이 오지 않거나 광고와는 달리 물건의 품질이 엉망인 경우가 많았다. 작년 3월 사기꾼 추적 사이트 ‘더 치트’를 개설했다. 피해자들끼리 억울한 사례를 공유하다 보면 장래의 피해를 예방하고 범인도 잡을 수 있겠다 싶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1만1000여 건의 피해 사례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사기꾼과 사기 수법에 관한 많은 정보와 자료를 데이터베이스(DB)화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피해자들은 범인이 처음 자신에게 접근하면서 준 이름과 인터넷 주소, 계좌번호만 치면 같은 피해를 본 사람들의 사연과 범인에 관한 많은 정보를 알 수 있게 됐다. 단골 사기꾼들의 이름까지도 인기 연예인들처럼 검색 순위별로 떠 있을 정도다. 사기 대응법과 상담 코너도 마련돼 있고 개별 피해자들이 운영하는 ‘○○○ 잡기 카페’ 등 260여 개의 다른 사이트에 접속할 수도 있다.
▷지난달에는 피해자 20여 명이 각자 가진 정보를 올린 후 이를 짜 맞춰 사기꾼의 집을 알아내기도 했다. 때로는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사기꾼들이 “수일 내로 돈을 꼭 돌려드리겠다”는 글을 띄우기도 한다.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에 따르면 인터넷 쇼핑몰이 2005년 3만5048개에서 2006년 4만7736개로 늘면서 사기 피해도 5602건에서 9694건으로 늘었다고 한다. ‘더 치트’의 역할도 커질 수밖에 없을 듯하다. 인터넷은 이렇게 진화하고 있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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