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 고등부 2차 시험에서 전년도 KMO 상위권 입상자를 위한 통신강좌 교재의 문제와 똑같은 문제가 나왔다는 제보를 확인하려는 기자에게 김도한 회장 등 대한수학회 관계자들은 되레 학부모들을 문제 삼았다.
KMO는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수학경시대회로 당장 9월 7일부터 시작되는 2학기 수시모집에서 입상자에게 특기자전형 지원자격과 가산점이 주어진다. 한 문제를 제대로 풀었느냐 아니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 때문에 수험생과 학부모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에서 불과 6개월 전 소수에게만 제공한 통신강좌에서 다룬 문제가 그대로 시험에 나왔다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대한수학회는 “수학 교재에 흔히 실리는 기초 문제여서 의지가 있는 학생이라면 얼마든지 풀어 볼 수 있다. 통신강좌 교재도 학원에서 다 구해 보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과연 그럴까. 통신강좌 교재에는 ‘무단 전재 또는 복제를 금한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고, 친구에게도 복사해 주지 않는 ‘특별교재’로 통해 이를 구하려고 매번 난리다.
논란이 된 문제도 교재의 끝에 ‘특별강의(special lecture)’ 제목으로 “경시대회와 직접 관련이 없지만 알아 두면 유용하다”는 설명과 함께 실려 있어 ‘기초 문제’라는 대한수학회의 해명은 충분치 않아 보인다.
대한수학회의 출제 오류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와 올해 KMO 중등부 1차 시험에서 연속으로 출제 오류를 범해 만점 처리해 주고 사과문까지 낸 적이 있다.
기출문제나 특정 교재의 문제를 내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은 출제의 기본원칙이다. 그런데도 최고 권위를 지녔다는 대한수학회는 외국 책이나 베껴 출제하고서도 겸연쩍어 하기는커녕 되레 큰소리를 칠 수 있는지 의아스럽다.
지금도 수학에 ‘미친’ 수많은 학생이 밤잠을 줄여 가며 공부하고 있고, 이들이 장차 우리나라 이공계를 이끌어 나갈 인재들이다. 영국의 수학자 화이트헤드는 “학생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교사가 가장 위대하다”고 했다. 대한수학회는 수학도들의 가슴에 불이 아닌 허탈감을 안긴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
김기용 교육생활부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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