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펠로폰네소스를 덮친 최악의 산불로 찬란한 고대문명의 유산(遺産)이 잿더미로 변할 위험에 처했다. 불길은 많은 인명을 삼킨 데 이어 2800년 역사를 지닌 고대도시 올림피아 유적지를 넘보고 있다. 안드리차이나 시에 있는 아폴로 신전의 3km 앞까지 불길이 접근했다. 그리스 정부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세찬 불길 앞에선 맥을 못 추는 모양이다. 수천 년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굳건히 지켜진 고대유적이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운명이다.
▷북한은 산에 나무가 없어 산불 걱정은 덜하지만 엄청난 홍수 피해를 겪고 있다. 유엔 세계식량기구(WFP) 방콕사무소 폴 리슬리 대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곡물의 3분의 1이 물에 떠내려가거나 잠겨서 못쓰게 됐고 사회간접자본이 파괴됐으며 많은 가축이 떠내려갔다”고 유엔긴급합동조사단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실제로 북한은 황해북도, 함경남도 2개의 도시에서 30만 명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했다며 지원을 호소했다.
▷펠로폰네소스 산불과 북한 홍수는 인재(人災)의 성격이 짙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 사람들은 “산불이 확대된 원인은 개발에 따른 토지용도 변경”이라고 주장한다. 그리스 국민은 정부의 초기 대응이 늦었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북한은 남한과 비슷한 강수량에도 불구하고 매년 극심한 홍수피해를 겪는다. 남벌(濫伐)과 다락밭 개간으로 산에 숲이 없고 흙이 쓸려 내려가 하상(河床)이 높아져 강이 쉽게 범람한다. 자연재난 자체는 피할 수 없지만 국가가 대처하기에 따라 피해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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