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이태형]시민 천문대, 우주를 향한 꿈

  • 입력 2007년 9월 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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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초에 개기월식이 뉴스거리였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구름 때문에 제대로 관측할 수 없었지만 개기월식이라는 단어가 인터넷 검색 순위 맨 윗부분에 오를 정도로 국민의 관심도가 높았다.

10여 년 전만 해도 별이나 우주에 대한 뉴스는 신문과 방송에서 찾기 힘들었다. 요즘은 1주일이 멀다하고 우주에 대한 뉴스가 매스컴을 탄다. 별 또는 우주와 관련된 인터넷 카페나 동호회는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고 회원도 수십만 명이 넘었다.

한 달 후가 되면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된 지 만 50년이 된다. 우주는 신비와 낭만의 대상에서 벗어나 도전과 생활의 무대로 변했다. 우주 탐사선이 태양계를 벗어나 더 먼 우주로 나가는 중이며 수천 대의 인공위성은 인간 생활에 결코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수행한다.

이런 속도라면 앞으로 수십 년 내에 인류의 생활 무대가 우주로 넓어지리라는 점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21세기의 선진국은 당연히 우주를 선점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

우주 개발을 선도하는 나라의 공통적인 특징은 천문학 분야의 선진국이라는 점이다. 어린 시절부터 별과 우주를 가까이 접했던 사람들이 우주에 대한 꿈을 꾸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가 우주 선진국의 초석이 됐다.

중국 여행을 하다 보면 학교 건물 옥상에 둥근 돔을 갖춘 천문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1990년대에 이미 중국의 많은 중고교는 자체 천문대를 갖췄다.

일본에는 수백 개의 시민천문대가 있다. 일본의 부모는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면 망원경을 선물하고 천문대를 찾아 별을 보여 준다고 한다. 그곳에서 앞으로 도전하고 생활할 무대가 우주임을 알려준다.

과학기술부는 2000년대 초부터 전국적으로 100개 정도의 지방 과학관을 만들겠다는 계획 아래 지방자치단체에 5억 원에서 10억 원 정도를 지원했다. 전국적으로 많은 과학관을 짓는 중인데 눈에 띄는 것이 시민천문대다.

천문대가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저렴하게 지을 수 있고 유지 관리가 편해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천문대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서 나온 이야기다.

천문대는 단순히 별만 관측하는 곳이 아니다. 이곳에서는 별과 우주를 향한 꿈과 도전이 시작된다. 망원경으로 우주를 직접 관찰한 사람과 그러지 못한 사람이 우주에 대해 생각하는 내용이 같을 수가 없다.

전국적으로 10곳 남짓한 시민천문대를 방문하는 관람자가 연간 수십만 명에 그친다. 충분히 홍보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시설이 열악하고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우주의 중요성과 미래에 대한 투자 가치로 본다면 100곳 이상의 천문대를 더 지어야 한다. 규모나 시설도 많은 사람이 만족할 정도가 돼야 한다.

서울에만 해도 상당수의 체육센터와 문화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수천 곳이 넘을 것이다. 시민천문대를 건설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도시의 작은 체육센터나 문화센터를 짓는 비용보다 결코 많지 않다.

시민천문대는 단순히 아이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가족이 함께하고 연인이 손잡고 데이트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우리 아이들이 다가올 우주시대에 맞게 꿈과 낭만을 찾을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야 한다. 그곳이 바로 우주에 대한 꿈과 도전이 시작되는 시민천문대이다.

이태형 충남대 천문우주과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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