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은 결정문에서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이 민주당과 민주신당을 혼동하고 그 결과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이 왜곡될 염려가 있다고 본다”고 사용금지 이유를 밝혔다. 민주신당의 대변인조차 당명을 ‘민주당’이라고 잘못 말할 정도이니 법원이 유권자들의 혼동 가능성을 염려한 것이 하등 이상할 게 없다. 허둥지둥 당을 급조했다가 ‘당명 표절’ 낙인까지 찍힌 셈이다.
민주신당이 당명을 결정한 과정부터가 사실 코미디였다. 7월 24일 공동창당준비위가 출범할 때의 원래 당명은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이었다. 친여권 시민사회세력인 미래창조연대와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대통합파, 민주당 탈당파,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선진평화연대를 모두 포괄한다는 의미였다.
속을 들여다보면 순도 98%의 ‘도로 열린우리당’이나 다름없지만 위장 개업을 감추고 오매불망 외치던 ‘대통합’의 냄새를 풍겨 국민의 눈을 속이려고 잡탕식 이름을 지은 것이다. 하지만 글자가 11자나 돼 너무 길다는 지적이 있자 앞부분의 ‘미래창조’를 떼어냈다. 명색이 대권을 노린다는 정당이 아무 생각 없이 당명을 결정한 것이다.
한국정당사에 이처럼 망신스러운 일이 없다. 하긴 100년 갈 정당을 만들겠다며 민주당을 깨고 나와 열린우리당을 만들었다가 국정 실패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3년 9개월 만에 간판을 바꿔 달고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니, 뭔들 못하겠는가.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국민선거인단 모집을 하면서 상당수 국민의 이름을 훔치기까지 하지 않았는가.
민주신당은 오늘 새로운 당명 약칭을 결정한다고 한다. 국민에게 혼동을 주지 않으면서 정체성을 정확히 표현하려면 ‘도로 우리당’이라고 하는 게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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