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연금기금 독립 운용, 효율 높일 계기다

  • 입력 2007년 9월 6일 21시 24분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이 어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처럼 정부에서 완전히 독립돼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금 운용의 효율성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진작 이런 방향으로 갔어야 했다.

이미 200조 원을 돌파한 국민연금기금은 2012년엔 400조 원, 2043년엔 2600조 원으로 불어난다. 하지만 몸집만 크지 층층시하 시댁 식구를 모시고 살림하는 며느리 신세와 같다. 기금을 운용할 전문 인력도 부족하지만 이중삼중의 규제로 운신의 폭이 여간 좁지 않다. 보건복지부 재정경제부 예산처의 다중 감독에다 감사원 감사와 국회 국정감사를 받는다. 이런 구조하에서 급변하는 투자 및 금융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해 수익률을 높이기는 어렵다.

투명성을 높인다며 복지부 산하 기금운용위원회에 정부 부처와 경제단체는 물론 노동계 시민단체 소비자단체까지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때문에 기금운용에 관한 의사결정의 효율성은 극히 낮다. 2006년 말 기준 국민연금의 87.2%가 수익성 낮은 채권에 투자돼 있고 주식투자 비율은 11.7%에 불과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올해 같은 주식 활황 장세에서도 기금운용 담당자들은 경직된 기금운용계획에 묶여 구경꾼 노릇만 했다. 공적 연금인 국민연금의 특성상 고(高)위험 투자도 곤란하지만 지금 같은 저수익 일변도 투자도 문제다.

우리도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이나 네덜란드 공무원연금처럼 수익성과 안정성이 모두 좋은 세계적 수준의 연금기금을 가질 때가 됐다. 새 기금운용위원회가 그런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 장기적으로 기금수익률이 1%만 올라도 보험료율이 3%포인트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국민연금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는 것은 노후의 불안을 덜기 위해서다. 미흡하긴 해도 올해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국민연금의 구조적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만큼 이제는 운용의 자율성 효율성 확보로 내실 있는 기금을 만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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