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발’로 불리는 사람들은 조찬과 점심 약속은 기본이고 하루 저녁에 식사를 두 번 하기도 한다. 다양한 인맥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게 눈도장을 찍어 두려는 처세술의 하나다. 높은 사람에게 눈도장 한번 잘 찍어 출세한 관료나 정치인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건 동서고금 변함없는 인간관계의 기본 이치다.
▷정치인만큼이나 눈도장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도 없다. 정치 지망생은 물론이고 현역 정치인들도 공천이나 괜찮은 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당수나 핵심 당직자에게 부지런히 눈도장을 찍어야 한다. 이들은 유력 정치인이 나타나는 곳이면 불청객 신세를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 눈을 맞춘다. 눈도장 찍는 데 달인인 정치인 Y 씨의 별명은 ‘유령’이다. 유력 정치인이 사진기자들과 함께 있으면 언제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게 나타나 함께 사진을 찍기 때문이다. 이렇게 찍은 사진이 의정활동보고서에 실려 지역구에 뿌려진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쁠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정동영 경선 후보는 그제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환송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까지 달려갔다. 29일 광주·전남 경선을 앞두고 눈도장을 찍으러 갔다는 게 세평이다. DJ가 “표밭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니오. 두 분은 먼저 가세요”라고 권했지만 두 사람은 DJ가 비행기를 타러 갈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DJ야 속으로 즐겼을지 모르지만, 이 두 사람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했을 법하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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