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예민함이 선호되지만 실제 생활에선 둔감함이 더 쓸모가 있다는 게 이 책의 메시지이다. ‘감정이나 감각이 무디다’는 뜻의 둔감함은 단점이 아니라 ‘힘’이라는 것이다. 잠자리가 바뀌어도 코까지 골며 잘 자는 사람, 나쁜 일은 바로 잊어버리고 윗사람의 질책이나 배우자의 잔소리는 잘 흘려버리는 사람…. 이런 유형이 ‘둔감재능’의 소유자다. 게으름과는 다르다. 자신의 에너지를 주변 사람이나 환경 같은 ‘밖’을 향해 사용하기보다 ‘안’으로 모아 능력을 극대화하라는 주문이다.
▷둔감력은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기분 나쁜 말을 들어도 별 흔들림이 없는 사람의 혈관은 늘 확장돼 있어 피가 잘 돈다고 한다. 장(腸)이 둔감하면 조금 상한 음식을 먹어도 탈이 덜 난다. 시각 청각 등이 너무 예민하면 이들 감각기관의 노화가 더 빠르게 찾아온다는 학설도 있다. 치명적인 암(癌)도 마음을 느긋하게 먹으면 치유 확률이 높아진다.
▷배우자 동료 등 인간관계에서도 완벽을 추구하면 서로 부담이 커져 유리병처럼 깨지기 쉽다. 나이 든 부부의 해로(偕老)도 둔감력에 비결이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상대에게 둔해지면 반대로 아량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무심(無心)의 힘’을 강조한 책 ‘둔감력’은 일본에서 올 상반기에만 100만 부가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외부의 눈총, 조롱, 질투, 빈정거림에 일일이 반응하기보다는 자기 나름의 중심을 갖고 질기게 살라는 충고가 내게도 벌써 힘이 된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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