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창혁]엄지클럽

  • 입력 2007년 9월 28일 03시 06분


“금실은 이 책을 쓰면서 시름시름 앓았다. 이제 키보드에서도 놓여났으니, 생기발랄한 ‘50대 언니’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작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서른의 당신에게’라는 책을 들고 나타났을 때 언론인 고종석은 이렇게 썼다. 그러고 보면 금실은 많은 사람들이 ‘무엇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기다리는 존재였던 것 같다. 시장 선거가 끝난 뒤에도 지지자들은 “언젠간 다시 돌아와 달라”고 했다.

▷강금실이 돌아왔다. 그는 그제 대통합민주신당의 우원식, 김영춘, 최재성 의원과 함께 ‘엄지클럽’의 발족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번엔 ‘엄지 언니’로 돌아온 셈이다. 신당이 대선의 마지막 국민흥행카드로 뽑아든 모바일투표 참여율이 너무 저조해 홍보봉사단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신당의 모바일 선거인단 모집 목표는 100만 명. 그러나 어제까지 신청한 사람은 겨우 4만 명 정도다. ‘엄지클럽’ 회원 1호인 강 전 장관은 “아직 희망이 있다. 엄지로 휴대전화 키를 눌러 직접 신당 대선후보를 뽑자”며 참여를 호소했다.

▷강금실은 왜 돌아왔을까. “당원이니까”로는 설명이 잘 안된다. 경선 참여 얘기가 무성할 때도 그는 “내가 치어리더냐”며 고개를 저었었다. 그럼 왜? “정(情)이 많아서…. 그래도 몸담았던 정권인데 그냥 모른 척할 수 없어서…”라는 게 지인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서울시장 선거 때 공동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박선숙 전 환경부 차관의 표현처럼 ‘조막만 한 주먹으로 막 터지려는 둑의 구멍을 막고 나선 네덜란드 소년’의 심정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혹시 강금실이 엉뚱하게도 ‘잔다르크 신드롬’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는 시장 선거 때도 ‘생명이 허락된 자정까지 삶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싸우는 전사(戰士)’를 꿈꿨지만 ‘전사 강금실’은 결국 전사(戰死)했다. 다시 돌아온 강금실은 그냥 ‘솔저’일 뿐이다. 더구나 명색이 전직 법무부 장관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걱정하는 모바일투표를 새 시대의 투표 방식인 양 선전하는 건 민주주의 왜곡이다.

김창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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