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배우기’는 비(非)영어권 국가의 큰 고민거리지만 어떻게 가르쳐야 효과적인지는 결론이 나와 있다. 첫째가 조기교육이다. 일찍 시작할수록 영어를 잘한다. 그 다음은 배우는 환경의 중요성이다. 영어 사용이 일반화된 자연스러운 환경이어야 학습 효과가 크다. 미국으로 보내 영어를 배우게 하면 가장 좋겠지만 ‘몰입 교육’은 학생들에게 제한적이나마 ‘자연스러운 환경’을 만들어 주는 대안이다.
▷한국은 연간 15조 원을 영어 사교육비로 쓰지만 실력은 세계 꼴찌 수준이다. 한국인 토플 응시자의 평균성적은 2005년 147개국 가운데 93위였으나 작년엔 137개국 중 111위로 더 떨어졌다. 한국이 기본적으로 영어를 배우기 어려운 환경임에 틀림없으나 그 안에서나마 효율적인 영어교육이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몰입 교육’ 같은 새 학습법이 비용 문제 등으로 일반화되지 않고, 교사의 낮은 자질도 문제다.
▷현재 기준 21만 명을 넘는 한국의 성인 해외유학생 가운데 43%인 9만3994명이 어학연수를 위해 외국에 나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영어를 배우는 나이 든 학생이다. 이들은 이론상 가장 확실한 길을 택했지만 이는 동시에 가장 비싼 방법이기도 하다. 1997년 시작된 국내 초등학교 영어교육은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내년부터는 초등학교 1, 2학년까지 확대된다. 다음 세대들이 영어를 모르고 살아갈 수 없다면 ‘무늬만 교육’이 아닌 ‘내실 있는 교육’이 이뤄져야 ‘나이 들어 고생’과 ‘달러 낭비’를 줄일 수 있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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